로스쿨 도입 앞두고 법대 대학원강의 새바람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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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학생이고 누가 교수야?’ 5일 서울 중구 봉래동 한진택배 빌딩 5층에서 있은 ‘열린 강의: 세계무역기구와 농업’이라는 수업은 4개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이 함께 수업을 만들어 나간다. 학생이 교수의 말을 지적하기도 한다. 홍진환  기자
‘누가 학생이고 누가 교수야?’ 5일 서울 중구 봉래동 한진택배 빌딩 5층에서 있은 ‘열린 강의: 세계무역기구와 농업’이라는 수업은 4개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이 함께 수업을 만들어 나간다. 학생이 교수의 말을 지적하기도 한다. 홍진환 기자
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봉래동 한진택배 빌딩 5층에서는 ‘열린 강의: 세계무역기구와 농업’이라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려대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4개 대학 법학과 대학원생이 함께 참여해 진행하는 수업. 어느 특정 대학 학생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기존의 강의와는 달리 여러 대학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데서 ‘열린 강의’라는 명칭이 생겼다.

매주 수요일 이들 4개 대학 법학과 교수 4명과 대학원생 40여 명이 모여 국제통상법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한다.

이 강의는 정부기관 종사자와 기업 실무가, 시민운동가들에게도 청강 기회가 주어진, 명실상부한 ‘열린 강의’다.

이 강의는 수업 방식과 내용도 독특하다. 교수와 학생의 역할이 뒤바뀌어 교수가 토론을 하고 학생이 지적을 하는 방식이다. 강의실에서 교단은 한쪽으로 치워진 채 4개의 책상이 강단 아래 일렬로 놓여 있었다. 이 수업의 지정 토론자인 교수 4인을 위한 자리이다.

5일 강의의 주제는 각국 정부가 경쟁력이 약한 산업부문에 재정 지원을 해 주는 ‘보조금(Subsidy)’.

한 학생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학생들과 같은 눈높이에 앉은 교수들은 미국과 유럽 등 자신의 전공 분야에 맞춰 보조금의 효용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때로는 다른 교수의 의견을 반박하며 강의 열기가 더해졌다. 제자들은 스승의 의견에 대해 스스럼없이 비평했다.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면 4명의 교수에게서 4개의 각기 다른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열린 강의는 2년 전 빠르게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비해 느린 걸음을 하고 있는 국내 통상법 연구문화를 바꾸자는 이재형(고려대) 김대원(서울시립대) 최원목(이화여대) 박덕영(숙명여대) 교수 등 40대 소장 학자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최 교수는 “통상법이라는 큰 분야에서 자기 분야만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4명의 교수에 학생 15명으로 시작된 수업은 이제 수강인원이 40여 명에 이른다. 4개 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학생들에서부터 정부 관공서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 실무자들도 입소문을 듣고 강의실로 찾아온다.

이화여대 법대 대학원생 김정은(26·여) 씨는 “독특한 수업 방식에 ‘열린 강의 마니아’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전했다.

이재형 교수는 “최근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법대 교육방식도 토론식, 영어강의 등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열린 강의를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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