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위원 110명 2개이상 중복위촉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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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의 시민단체인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는 지난해 처음으로 청주시가 운영하는 위원회 위원의 명단을 알아냈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청주시가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바람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받아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69개 위원회의 명단과 성별, 직위를 1차로 검토했더니 위원 975명 중 전현직 공무원과 관변 단체 관계자가 3분의 2가량이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의 서영자(徐英子) 연구원은 “위원회는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누가 참여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방위원회는 혁신 바람에서 제외=행정자치부는 올해 들어 기능이 중복되거나 설립 목적이 달성된 위원회를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위원회는 대조적이다. 기능이 겹치거나 몇 년이 지나도 한번도 열리지 않는 위원회가 수두룩하다. ‘혁신의 무풍지대’인 셈이다.

16개 시도의 위원회는 대부분 관련 법령이나 조례 규칙을 근거로 설치됐다. 지자체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지만 위원회는 갈수록 늘고 있다.

울산시에는 현재 83개의 위원회가 있다. 박맹우(朴孟雨) 시장이 취임한 2002년 이후 시정책자문단(위원 60명)과 푸른울산21환경위원회(위원 60명) 등 14개가 더 늘었다.

이 중 12개 위원회는 최근 2년 동안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부산의 ‘건축분쟁조정위원회’나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처럼 시민생활과 직결된 위원회도 최근 1년 동안 한 번만 모였다.

대구의 경우 경찰과 치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구성한 ‘치안행정협의회’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회의를 한 적이 없다.

담당 공무원은 “협의회 위원장인 행정부시장과 대구경찰청 간부들이 수시로 만나는 상황에서 별도로 회의를 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그 사람=대구의 경우 전체 1327명의 위원 중 2개 이상의 위원회에 중복 위촉된 위원이 110명이다.

5, 6개 위원회는 물론 10개 위원회에 위촉된 교수도 있다. 또 4회 이상 연임된 위원이 13명이어서 다양한 분야,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지자체마다 ‘지방세심의위원회’, ‘지방세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지방세과세표준심의위원회’ 등 비슷비슷한 성격의 위원회를 만들어 놓았다.

지방세법 규정 때문인데 역시 위원이 겹친다. 대전시 관계자는 “위촉할 전문가가 적어 항상 고민한다”며 “특히 여성 위원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특정인의 위원회 중복 위촉과 연임이 문제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3개 위원회 이상 중복 위촉 금지 △연임 1회 제한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또 개정된 조례안에 따르면 위원회의 장은 회의가 끝난 뒤 7일 이내에 주요 내용과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충북도교육청은 실적이 저조하거나 기능이 중복되는 위원회를 통폐합할 방침. 특히 공무원만 참여하는 위원회를 없애고 민간인과 여성의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관청의 거수기 역할=전남의 95개 위원회 중 민간 출신 위원장은 9명뿐이다. 나머지는 도지사(9개), 행정부지사(48개), 정무부지사(3개), 실국장(24개), 과장급(2개)이 맡았다.

위원 역시 단체장과 가깝거나 호의적인 인사, 또는 퇴직 공무원이 많아 다양한 의견을 듣기 힘들다.

전남도의회 전종덕(全鍾德) 의원은 “정책 결정 시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치한 위원회가 유명무실해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광주시 강신기 기획관은 “대부분의 위원회가 법령 및 조례에 의해 설치 운영 중인데 회의 개최 건수, 예산 등에만 부정적인 시각을 맞추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설립 사유가 사라지면 자동으로 없애는 ‘위원회 일몰제’를 도입하고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위원회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충북 분쟁조정委 12년째 ‘개점휴업’

지난해 충북은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문제로 시끄러웠다.

청주읍에 속했다가 1946년 청주부와 청원군으로 갈라졌던 청주와 청원은 1994년 정부의 행정구역 조정을 계기로 통합을 시도했다.

당시 투표에서 청원군의 반대가 우세해 무산됐다. 지난해 다시 통합이 추진됐는데 9월 29일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청원 주민들이 또 반대했다.

청원군 공무원은 “찬반 결과를 떠나 통합문제로 두 지역이 갈등을 빚을 때 도가 나서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시군 간 분쟁을 조정하는 ‘충북도분쟁조정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12년째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는 등 ‘개점휴업’ 상태다.

1995년 4월 지방자치법(제140조)에 따라 실국장 5명과 민간인 6명 등으로 구성된 분쟁조정위는 분쟁 당사자가 신청하거나 도지사가 직권으로 상정한 안건을 논의할 수 있다.

충북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간 경쟁이 반목과 대립으로 이어져도 광역자치단체에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는 대부분 손을 놓았다.

지난해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 의원은 “지방자치법에는 신청이 없더라도 도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분쟁조정위를) 개최할 수 있는데 (도가) 분쟁에 뒷짐만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김수동(金銖童) 사무국장은 “이름만 걸어 놓고 활동하지 않는 위원회는 과감히 통폐합하거나 없애야 한다”며 “현안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위원회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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