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소 ‘사인 볼’ 없애주세요” … 이발소 호소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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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빨간색 파란색 사선 무늬가 있는 원통형 ‘사인 볼’은 이발소 표시다. 하지만 이발소가 아니면서도 사인 볼을 사용하는 곳이 있다. 일부 안마시술소나 남성 휴게텔 등이 사인 볼을 설치한 것.

이런 풍조에 발끈한 (사)한국이용사회중앙회는 6일 “이발소만 사인 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을 요청할 것”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계획을 밝혔다.

한국이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안마시술소나 남성 휴게텔 등이 사인 볼로 고객을 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사인 볼의 이미지가 나빠져 모범적인 이용업소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손님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인 볼은 이발소를 나타내는 국제 공통의 기호인 만큼 정부가 무분별한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발소의 갈수록 악화되는 영업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용업소 폐업 속출=복지부의 ‘공중위생업소 현황’에 따르면 이·미용업소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이용업소(이발소)는 2만6904곳, 미용업소(미장원)는 8만1663곳이다. 2000년과 비교하면 이발소 5300여 곳과 미장원 21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이발소 vs 미장원=지난해에는 이발소와 미장원이 남자의 미장원 출입을 놓고 위법성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로 불황을 겪다 보니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발소 측은 “공중위생법상 이발소는 머리를 깎는 곳이며, 미장원은 머리를 자르는 곳이다”면서 “미장원이 머리 깎는 기계를 이용해 남자의 머리를 깎는 것은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장원 측은 “머리를 깎는 것이나 자르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발소, 미장원의 살길은=복지부의 관계자는 “이발소가 자기 쇄신을 통해 음성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고객 지향적인 변신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전문학교 헤어디자인학과 이순녀(李順女) 학과장은 “외환위기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겼던 미용실이 점점 대형화, 체인화하며 정리되는 추세”라며 “두피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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