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취업 우회전략’ 길이 막히면 돌아서 간다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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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30) 씨는 지방의 O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2003년 10월 서울의 한 설계 사무실에 취직했다.

양 씨는 입사 때부터 기회를 봐 S건설이나 H건설로 이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사장은 처음에는 화를 내고 말리기도 했지만 양 씨는 최근 모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

양 씨는 “기회가 생기면 대기업으로 옮기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대기업에 가는 징검다리로 중소기업을 택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본보가 의뢰해 온라인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9∼16일에 조사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이유’에서는 ‘경력 쌓아 대기업에 가기 위해’라는 항목을 선택한 경우가 481명 중 173명(36%)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비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는 100명(20.8%), ‘중소기업의 기업문화를 선호해서’라고 대답한 사람은 48명(10%)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인천의 K전문학교에 입학한 박정(朴政·21) 씨는 “처음부터 학사편입을 염두에 두고 전문대를 택했다”고 말했다.

2006학년도 K전문학교를 지원한 5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5%인 243명이 처음부터 편입 목적으로 전문대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졸업 후 편입률 역시 2002년 5%에서 2005년 21%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우회전략의 주 원인은 입시, 입사 경쟁의 심화로 풀이된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張德鎭) 교수는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상층부에 진입하는 방법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HR KOREA 기획마케팅 팀의 유용미(兪用美·30·여) 차장은 “중소기업의 인재 이탈이 심해질 수도 있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역량을 개발한다면 대기업에 굳이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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