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 첫 승소…“美제조사, 6795명에 배상 책임”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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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로 본 피해에 대해 미국 고엽제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국내 법원에서 나왔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최병덕·崔炳德)는 26일 베트남전 참전군인 김모 씨 등 2만615명이 “베트남전쟁 중 살포된 고엽제로 후유증이 생겼다”며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 2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다우케미컬사 등은 원고 중 6795명에게 1인당 600만∼4600만 원씩 모두 630억7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책임(승소 판결)은 전쟁에 직접 참가한 군인 6795명에 대해서만 인정됐으며 고엽제 후유증이 유전된 참전군인 2세들의 청구는 “2세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 고엽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 소송은 김 씨 등 32명이 대표(선정자)로 진행했으며 나머지 원고는 민사소송법상의 선정당사자로 소송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참전군인들이 주장하는 고엽제 후유증 가운데 림프샘암 등 11개 질병은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는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당시 다우케미컬사 등이 제조한 고엽제에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은 독성이 청산가리의 최고 1만 배에 달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인체 내 호르몬 분비체계를 교란시켜 암, 불임,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재판부는 “다우케미컬사 등이 국내에 특허권 등 재산이 있기 때문에 배상금에 대한 강제집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우케미컬사 등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판결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배상액의 50%를 가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2003년 5월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 고엽제 간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데다 손해배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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