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과학이 희망이다]<下>기술 상용화 날갯짓

  • 입력 2006년 1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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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개발(R&D)특구의 한국원자력연구소 옆에는 ‘대덕 제1원자력 밸리’라는 조그만 벤처기업 단지가 들어서 있다.

낮은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이들 7개 기업의 공통점은 대표가 모두 원자력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라는 것. 공장 터는 일정 금액씩 출자해 기업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현장을 안내한 원자력연구소 송기동(宋基東) 사업개발부장은 “이곳에 입주한 기업끼리 공동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기술도 나누고 있다”며 “한곳에 모여 있으면 기술개발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제2의 원자력 밸리를 만들 계획이다.

○ 30년 연구 성과 국민에게 돌려주자

올해 대덕특구의 화두는 ‘보물찾기’다. 돈이 될 만한 기술을 찾아 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사업 역량을 가진 연구원을 찾아 창업을 시킨다.

특구 안에서는 ‘상용화(商用化)’라는 말이 최대 유행어가 됐다. 연구원들도 저마다 ‘기술이전본부’, ‘성과확산팀’ 등을 만들어 숨겨진 보물을 발굴하고 있다.

박권철(朴權喆)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T기술이전본부장은 “전에는 연구원을 그만두고 대학교수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창업이 대세”라고 말했다.

ETRI가 자랑하는 가장 성공적인 기술 상용화의 사례는 휴대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 2000년부터 삼성전자, KT 등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등의 영화에도 ETRI가 개발한 ‘디지털 액터’ 기술이 활용됐다.

○선택과 집중

“kg당 100만 달러의 가치가 안 되면 개발하지 않는 것이 흐름입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이재락(李載洛) 연구정책부장은 올해 연구원의 과제를 ‘고(高)부가가치’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산업화시대부터 해 온 잡다한 연구들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이다.

화학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실용화 사례집’을 발간했다. 연구원의 기술을 기업들에 성공적으로 이전한 사례를 모아놓았다. 이 기술로 매출 100억 원 이상을 올린 기업은 모두 40개에 이른다.

○산학연의 연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나노종합팹센터. 이곳은 대덕R&D특구 산학연(産學硏)의 상호 협력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지난해 3월 세워진 이 센터는 한 대에 수십 억 원이 넘는 고가(高價)의 첨단 나노 실험 장비를 갖춰 놓고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한다. 센터 운영 1년이 채 안 된 현재까지 벌써 1200여 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한화그룹과 대전시 한국산업은행이 공동 출자한 대덕테크노밸리에선 3단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29만 평의 대지에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 벤처기업 700개가 들어서고 상업용지에는 유통시설과 산업지원 시설 등 300개 기업이 들어오게 된다.

정승진(鄭承鎭) 대덕테크노밸리 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2001년에는 그룹 내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업성이 불투명했지만 행정도시 건설에다 대덕R&D특구로 지정돼 이곳을 ‘명품(名品)단지’로 만드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말 완공되는 이곳에는 외국인학교도 들어설 예정이다.

박인철(朴寅哲) 특구본부 이사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R&D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자는 게 특구의 목표”라며 “인허가 업무 통합이나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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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기술만 믿고 맨주먹창업… 고생끝에 결실”▼

대덕연구개발(R&D)특구에는 박사 출신 벤처기업 사장이 적지 않다.

㈜해빛정보의 박병선(朴丙善)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15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1999년 회사를 차렸다.

어느 정도 회사의 기반이 잡힌 2002년 5월 큰 불행이 닥쳤다. 청주공장에서 불이 나 다 타버렸다. 박 사장은 은행과 협력업체를 뛰어다니며 회사가 가진 ‘원천기술’로 꾸준히 설득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달콤한 열매가 맺혔다. 회사가 개발한 카메라폰의 적외선 차단필터 시장이 호황기를 맞은 것.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했고 과학기술부가 주는 ‘올해의 테크노 최고경영자(CEO)상’을 받았다.

생명공학연구원 출신인 ㈜바이오니아의 박한오(朴翰오) 사장은 1992년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가가 없던 시절이었다.

주력 분야는 합성유전자, 유전자 시약 및 장비 제조. 2001년부터 매년 50억 원씩 연구개발에 투자해 지난해 ‘100만 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연구원 퇴직금 2000만 원에 이것저것 합쳐 8000만 원으로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외환위기로 직원들 보너스를 못 줄 때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창업한 지 13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코스닥 입성(入城)에 성공했다.

대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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