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아산 탕정 LCD단지]첨단산업도시 神話 이루다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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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탕정 LCD단지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중부권 경제의 새 핵심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탕정산업1단지에 입주한 삼성전자 직원들이 엄격한 보안 점검을 받으며 퇴근하고 있다. 아산=이훈구 기자
충남 아산시 탕정 LCD단지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중부권 경제의 새 핵심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탕정산업1단지에 입주한 삼성전자 직원들이 엄격한 보안 점검을 받으며 퇴근하고 있다. 아산=이훈구 기자
폭설과 강추위가 몰아친 20일 저녁 고기집, 호프집, 카페, 노래방 등이 들어선 충남 천안시 두정동은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지금은 서울 못지않은 번화가인 이곳은 3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천안시 지역경제과 이승우(李昇雨) 씨는 “충남 아산시 탕정 LCD단지 덕분에 나도 길을 잃을 정도로 두정동이 빨리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탕정 LCD단지의 올해 총매출액은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롯데그룹의 올해 전체 예상 매출액 수준이다. 충남 서북지방이 중부권 경제의 핵심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살아나는 지역 경기=두정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탕정산업1단지의 젊은 직원들이 주로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3년 전만 해도 불모지에 지나지 않았던 충남 아산시 탕정 일대가 고부가가치의 LCD를 생산하는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1단지에 입주한 업체들만 월 3조 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등 탕정산업단지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 제공 충남도

인근 천안시 백석로 주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12월 오픈’이란 간판이 붙은 음식점도 종종 눈에 띈다.

18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장정훈(47) 씨는 “하루에 두 번 이상 탕정산업1단지를 들어가지 않는 택시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은 빈 택시가 많아 택시를 줄여야 된다고 난리인데 이곳에서는 얼마 전 개인택시 63대를 늘린다는 공고가 났다”고 말했다.

▽‘무’에서 ‘유’로=탕정 신화는 거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남도는 2002년 ‘신나게 기업하는 충남 만들기’ 원년을 선포하고 기업 유치전을 펼쳤다. 도는 원스톱 민원처리제, 산업단지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 이전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 지원, 공장 설립 및 등록기간 단축 등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가장 큰 수혜자가 탕정 LCD단지의 삼성 계열사와 관련 중소기업이었다. 이들은 ‘보은’에 나섰다.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구내식당은 이 지역 쌀인 ‘아산맑은쌀’로만 밥을 짓는다. 삼성전자 탕정사업장과 탕정면 산골마을은 삼성전자의 ‘1사 1촌’ 활동에 따라 자매결연을 하기도 했다.

충남도 박한규(朴漢圭) 경제통상국장은 “‘지역주민-기업-자치단체의 협력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허벌판이 3년새 ‘크리스털의 땅’으로

《충남 아산시 탕정 LCD단지 내 삼성과 소니의 합자회사인 ‘S-LCD’의 10월 한 달 매출액이 1조4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유수의 모 백화점 연간 매출액의 2배로 웬만한 중견기업의 1년 매출액에 맞먹는 수치다. 삼성 계열사와 협력업체 매출을 합하면 단지 전체의 월매출액은 최소 3조 원 이상이 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야산과 벌판에 지나지 않았던 버려진 땅이 황금 알을 낳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탕정 단지의 성공에는 충남도와 삼성, 지역주민의 상호 신뢰와 헌신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혁파=충남도는 “공무원이 대기업 앞잡이냐”는 일부 시민단체의 비난을 무릅쓰고 지난해 1월 ‘삼성지원팀’을 발족시켰다. 도는 기업들이 61만여 평 규모의 탕정산업1단지 부지를 사들이는 것을 대행했다. 기업이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살 때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단지 조성 과정에서도 교통·환경·재해 등 각종 영향평가 및 도시계획변경 등 행정 절차를 간편하게 했다.

도 관계자는 “삼성코닝정밀유리가 부지 13만9000평 확장을 요청했을 때 도 공무원들이 건설교통부를 수도 없이 드나들며 통상 6개월∼1년이 걸리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3개월 만에 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CD 총괄 경영지원실 이승호(李承昊) 부장은 “시간이 곧 경쟁력인 LCD 사업에서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하루 수백억 원 씩 매출 손실을 봤을 것”이라며 “충남도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충남도는 2015년까지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한 ‘크리스털 밸리’를 200만 평 규모로 조성해 탕정 LCD단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산업 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대 수혜자는 지역주민=아산시 지역경제과 김정규(金正圭) 주사는 “탕정 LCD단지에서 일하는 사람은 3만5000명 정도”라며 “이들이 한 달에 10만 원씩만 써도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최근 탕정산업2단지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2010년이 되면 1, 2단지에서만 연간 1000억여 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시 두정동과 불당동, 아산시 배방면에는 주거·상업단지가 생겼다. 천안시와 아산시는 지난해 각각 인구가 50만 명과 20만 명을 돌파했다. 내년 천안시에 아파트 16개 단지 6817가구, 아산시에 10개 단지 6057가구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다.

▽산-학-연 클러스터로 육성=파급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 호서대 선문대 순천향대 단국대(천안캠퍼스) 한국기술교육대 등은 디스플레이 산업 관련 교육센터를 설치하거나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등 발 빠르게 산학협력에 나서는 모습이다.

호서대는 ‘디스플레이공학부’를 신설했다. 선문대는 정보디스플레이 학위 과정을 만들었다. 순천향대는 디스플레이신기술연구소를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정보디스플레이연구소를 설치했다.

한국기술교육대도 디스플레이장비공학 등 20여 개 교과목을 만들거나 개편했다.

▽향후 계획=충남도와 아산시는 탕정산업1·2단지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아산시 둔포 지역에 75만 평 규모의 ‘둔포전자정보집적화단지’를 2008년 완공할 계획이다. 삼성 탕정산업단지의 성공을 위해선 우수한 협력업체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

충남도는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LCD 관련 중소기업에 토지매입비를 최대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도는 또 탕정산업단지 진입로를 확충하고 상수도 공급시설도 늘리고 있다.

삼성 측은 2010년까지 탕정산업1단지에 약 2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측은 “2015년 탕정산업2단지가 완성되면 천안에 있는 삼성SDI 단지를 합해 모두 225만 평 규모가 된다”며 “탕정을 세계 최대의 LCD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남도 박한규(朴漢圭) 경제통상국장은 “도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적 공신력을 지닌 디스플레이 인증기관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문화 인프라 부족=하지만 기업과 지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지난해 말 서울에서 이주한 권모(27) 씨는 “주말이면 중국어 학원을 다니러 서울로 간다”면서 “교육이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직원들은 “공장에 가는 시내버스가 없어 매번 택시를 타야 한다”면서 대중교통망 등 생활 기반이 확충되길 원했다.


■ 향후 청사진은

충남도와 삼성 측은 천안-탕정 일대를 2015년까지 세계 최대의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단지 이름은 반도체의 주재료인 실리콘에서 이름을 따온 실리콘밸리처럼 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주 재료인 크리스털(유리)에서 이름을 따 ‘크리스털밸리’라고 붙였다.

이에 따라 현재 61만여 평 규모인 탕정산업1단지는 당초 허가받은 구역보다 13만6000평을 늘리는 확장 공사를 함께 진행 중이다. 현재 1개 라인만 가동하고 있는 1단지가 2010년 4개 라인을 모두 가동하면 협력업체와 간접사업 인력을 포함해 모두 6만 명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업계는 특히 내년 월드컵 특수로 인해 LCD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은 또 2015년까지 약 64만 평 규모로 지어지는 탕정산업2단지의 경우 아산시 인구를 6만 명 이상 증가시키고 연간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탕정산업1단지 확장 공사와 탕정산업2단지 공사, 둔포협력단지 공사가 끝나면 천안-탕정 일대 LCD와 PDP 관련 산업단지는 모두 225만 평 규모가 된다.

한편 정부는 아산신도시 탕정지구 510만 평을 29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할 예정이다. 아산신도시는 이미 개발 중인 아산신도시 배방지구 111만 평과 탕정지구를 합해 모두 621만 평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졌거나 개발이 확정된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배방지구는 2008년 말, 탕정지구는 2012년 완공이 목표다.

건설교통부는 아산신도시 개발을 통해 산업 생산액이 충남 8조9000억 원, 전국 27조 원이 증가하고, 고용유발 효과는 충남 17만 명, 전국 37만 명이 증가해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동취재팀

김동철 정치전문기자(팀장)

이기진 지명훈 이종석 기자 (사회부)

장강명 기자(정치부)

이훈구 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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