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테크노경영대학원…파생상품 불모지에 ‘희망의 싹’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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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수업 장면. 사진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수업 장면. 사진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국내 금융시장에 파생상품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사관학교’로 부상하고 있다. 이 학교 출신 100여 명이 은행, 증권사, 투자신탁회사 등의 파생상품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KAIST가 최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을 물리치고 ‘금융전문대학원’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테크노경영대학원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전문대학원은 정부에서 4년간 최대 139억 원을 지원받는다.》

○ 금융공학의 최고봉 테크노경영대학원

1996년 설립된 테크노경영대학원은 국내 대학에서는 유일하게 금융과 공학을 접목한 금융공학 과정을 개설했다.

이 대학원은 경영수학, 금융정보기술, 투자분석, 금융공학 등 기본 과목에 더해 보험, 선물, 옵션, 증권분석, 금융위험관리기법 등 전문 과목까지 가르친다. 금융공학 전공자는 4학기 가운데 1학기를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파생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테크노경영대학원 출신들도 약진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 상품 개발능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은행 파생상품팀은 전체 30명 가운데 8명이 이 대학원 출신이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파생상품 거래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산업은행 금융공학실에도 6명이 포진해 있다.

산업은행 윤만호 금융공학실장은 “테크노경영대학원 출신은 실무 위주의 교육을 마쳐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며 “테크노경영대학원 출신들이 금융공학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파생상품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노경영대학원 김동석 교수는 “파생상품 개발과 가격 책정 등은 수학적 지식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한다”며 “공학을 바탕으로 경영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파생상품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테크노경영대학원에 대한 금융계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2일 테크노경영대학원과 ‘파생상품 연구계약’을 체결했다. 신종 파생상품을 개발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한 것.

국민은행 문일수 파생상품사업단장은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최고 은행이 되기 위해 국내 최고의 금융공학 교육기관인 테크노금융대학원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파생상품 시장은 외국계의 독무대

파생상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채 10년이 안 됐지만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01년 302조 원이었던 국내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잔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1534조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파생상품은 금리나 환율, 주가 등의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거나 줄이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파생상품을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품을 설계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려면 첨단 금융기법이 필요한데 아직 수준이 미치지 못하는 것.

국내 시중은행은 주가지수와 연계해 보너스 금리를 주는 주가지수예금 같은 기초적인 파생상품조차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에서 구입한 뒤 소비자에게 되팔고 있다.

테크노경영대학원 변석준 교수는 “지난해 국내 은행이 거둔 전체 영업이익 중 파생상품 거래에서 얻은 이익은 3.5%인 데 비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은 전체 이익 중 87.5%가 여기서 나온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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