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경제교육 언제,어떻게 시킬까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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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어린이 경제 교육 기관에서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어린이들.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용돈 및 경제 교육을 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유치원생 때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강남의 한 어린이 경제 교육 기관에서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어린이들.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용돈 및 경제 교육을 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유치원생 때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맞벌이 주부인 김모(36) 씨는 유치원생인 아들(7)이 매일 유명 캐릭터 기차를 사달라고 해 실랑이를 한다. 목재 차 한 대에 1만∼2만 원 하는 고가라 매번 사주기도 힘들어서 “돈이 없다”고 하자 아들은 “카드 쓰면 되잖아”라고 되받아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아이에게 용돈 및 경제 교육을 언제부터 어떻게 시키면 좋을까.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언제부터 용돈을 줘야 할지 고민이 된다.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연령인 데다 돈을 갖고 다니다가 나쁜 일이라도 당할까봐 걱정이 된다는 부모도 있다.

○ 아이가 직접 돈 내도록 해 주세요

산업은행 인력개발부 박상문(42) 차장은 초등 5학년인 큰아들 현준이(11)에게 2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용돈을 준다. 요즘엔 한 달에 교통카드 2만 원 어치를 보충해 주고 매주 4000원 정도를 용돈으로 준다. 둘째인 예림이(9)는 이보다 적은 1000원이 용돈이다.

박 차장은 아이들이 유치원생 때부터 슈퍼마켓에서 직접 계산하게 했다. 아빠 엄마가 같이 슈퍼에 가더라도 아이에게 지폐를 주고 잔돈을 거슬러 오게 한 것.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용품을 산다면 필요한 돈을 주고 사오게 했다. 요즘은 매월 학원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빠의 월급으로 어느 정도 지출할 수 있는지 엄마가 알려 준다.

박 차장은 “큰아이가 처음 용돈을 탈 때는 한꺼번에 다 쓴 적도 있었지만 더 주지 않았다”며 “지금은 푼돈을 아껴 동생 선물도 사주고 1만9900원 하는 피자도 자장면과 비교해 비싸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 유치원 때부터 경제교육 필요해요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용돈 및 경제교육을 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유치원생 때부터 시작하라고 전했다.

대구 H유치원의 조수경(38) 원장은 “요즘 유치원생들은 카드에서 끊임없이 돈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있는 장난감을 또 사는 아이가 허다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 값을 지불하지도 않고 그냥 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지난해부터 유치원생들에게 할인점에 가서 물건 가격 비교해 보기, 영수증 보는 법 등을 1년 과정으로 가르쳤다.

실제로 경제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소비 행동에서도 큰 변화를 보인다. 한국경제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 교육 전에 ‘계획에 없던 물건을 살 때가 있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이 75.0%나 됐지만 경제 교육 후에는 5.4%로 확 줄었다.

정기적인 용돈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주는 것이 좋다. 용돈 기입장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5학년 때부터 권장하고 있다.

시립문래청소년수련관 정선나 씨는 “초등학생도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용돈을 주면 독립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는 용돈 마법사’의 저자 김지욱 JA코리아 부장은 “용돈을 주며 용돈 기입장을 쓰도록 하되 너무 기대하지 말라”며 “용돈을 일찍 다 썼다고 해서 벌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 ‘용돈 교육=자기 관리’라 일러 주세요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38) 연구위원은 “어린이의 용돈 교육은 자기 절제와 관리 교육”이라며 “돈을 저축하고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나누기(sharing)까지 가르치라”고 주문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쇼핑 리스트를 갖고 다니거나 전단지로 가격을 비교하는 등 부모의 행동이 자녀에게 영향을 준다”며 “용돈 경제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교육”이라고 당부했다.


노향란 사외기자 ilgan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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