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화물연대 파업 앞둔 부산항…비상체제 돌입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7시 17분


코멘트
“동참해야죠. 기름값은 계속 올라가고, 먹고 살기는 힘들고….”

21일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 컨테이너부두터미널 정문 앞. 화물연대가 다음주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컨테이너 운반차량인 트레일러가 평소와 다름없이 바쁘게 드나드는 가운데 운전사들은 파업동참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화물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김명환(58) 씨는 “일하면 뭐 하겠느냐. 운송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데 다음주부터 파업에 동참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루 2000여 대 이상의 트레일러가 오가는 신선대터미널은 2003년 두 차례 걸친 화물연대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은 탓인지 벌써부터 외국 선사들이 환적항을 옮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처리하는 컨테이너 가운데 절반 가량이 다른 항구로 보내야 할 화물이어서 선사들이 환적항을 옮길 경우 화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부산항에는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하루 2만4000여 개가 국내외로 운송된다. 국내 처리 물동량의 80%다. 만약 부두에서 부두 밖 장치장과 화주에게 수송되는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멈춰서면 물류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부산항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의 장치(보관)능력은 신선대 5만2000개, 자성대 4만160개 등 총 17만1307개.

신선대터미널은 19일부터 오랫동안 보관중인 화물을 빨리 반출하도록 화주에게 독려하고 급히 처리할 수출물량을 파악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신선대터미널 이성규(52) 운영팀장은 “터미널에서는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장치장 확보가 관건”이라며 “파업에 들어가면 10일 정도는 여유가 있지만 장기화되면 물류가 모두 정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인근의 감만, 신감만, 우암, 자성대부두의 컨테이너 운수회사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부산시와 부산해양수산청, 부산지방경찰청, 국군 항만운영단, 철도공사 부산지역본부 등 관련 기관은 20일 부산시청에서 긴급회의를 가졌다. 파업이 시작되면 단계별로 대응할 방침이다.

우선 부산에서 경기도 의왕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송 화물열차를 현재 625량에서 675량으로 증편하고 부산∼인천 간 연안 컨테이너선의 운항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또 군이 보유한 트레일러 80대를 활용해 화물을 옮기고 부두 간 환적화물 수송에 1000∼3000t급 화물선 19척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구현(金丘炫)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화물연대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부산항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