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혁 외쳤던 진보지식층 정치권력과 동업자 돼선 안돼”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8분


코멘트
서울대 통일포럼이 7일 ‘21세기에서 바라본 80년대 사회과학 논쟁’을 주제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한 학자들. 왼쪽부터 서울대 이재열, 연세대 김호기, 고려대 임혁백, 이화여대 함인희, 서울대 전상인 교수. 권주훈  기자
서울대 통일포럼이 7일 ‘21세기에서 바라본 80년대 사회과학 논쟁’을 주제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한 학자들. 왼쪽부터 서울대 이재열, 연세대 김호기, 고려대 임혁백, 이화여대 함인희, 서울대 전상인 교수. 권주훈 기자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대 통일포럼(위원장 하용출·河龍出)이 ‘21세기에서 바라본 80년대 사회과학 논쟁’을 주제로 연 학술회의에선 학계의 대표적인 보수,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이에 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진보적 지식인 그룹의 변화=동아일보사가 후원한 이날 회의에서 서울대 전상인(全相仁·사회학) 교수는 1980년대에 사회 변혁 운동에 앞장섰던 진보적 지식인 그룹이 최근 정치권력과 손을 잡고 학계의 주도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운동권’ 또는 ‘386’ 출신으로 분류되는 지식인들이 한국 사회의 구조와 성격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이들에 대해 “‘반(反)지성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정치권력과 동업자 관계가 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연세대 김호기(金晧起·사회학) 교수는 “반드시 지식이 권력에 봉사하고, 권력이 지식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이 좌절된 이유 중 하나가 고려대 최장집(崔章集·정치외교학) 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의 연정론에 대한 비판 때문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대 이재열(李在烈·사회학) 교수는 진보적 지식인 그룹이 제도권 진출에 실패했다고 보는 김동춘(金東椿·사회학) 성공회대 교수의 시각보다 전 교수의 견해가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지배 엘리트의 세력 교체와 그에 따른 지식인층의 변화가 1961년과 1979년의 군사쿠데타 및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약 20년 주기로 반복돼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력 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그 변화가 정책 대결이 아닌 정치적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톨릭대 박건영(朴健榮·정치외교학) 교수는 1980년대의 반미운동이 1990년대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통일운동과 ‘주한미군에 의한 피해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는 평화운동으로 분화해 온 것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평화운동을 통일운동과 구분해야 한국의 반미가 확대 해석되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 김영호(金暎浩·정치외교학)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 상태에서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맥아더 동상이 철거될 경우 한미 관계는 끝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발전 모델에 대한 평가=서울대 김수행(金秀行·경제학) 교수는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정권이 뒷받침한 자본의 노동자 착취 구조가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연세대 유석춘(柳錫春·사회학) 교수는 “당시 재벌은 국가의 특혜를 향유했으나 개별적으로는 특혜를 얻기 위한 격심한 경쟁에 직면해야 했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도입한 재벌 간 경쟁 체제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의미였다.

이에 김 교수는 “투입 대비 산출 측면에서 민중의 큰 희생을 바탕으로 이룬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결코 능률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북한의 노동자들은 엄청나게 착취당하고도 찢어지게 못살지만 남측의 노동자들은 중산층으로 성장했다”며 “투입은 남북 양쪽이 같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