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선 배추 쌓아놓고… 직장엔 김치도시락族 늘어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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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로 시작된 중국산 ‘납 김치’ 파문 이후 직장과 식당가 등의 음식문화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직장엔 직접 음식을 싸 오는 ‘도시락족’이 늘고, 식당들은 발길 끊긴 손님을 다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반찬에 대한 홍보전을 펴고 있다. 또 대형 마트 식품 매장엔 한동안 사라졌던 배추, 김치코너가 다시 생기고 있다.》

▽직장인 점심시간은 ‘김치 뷔페전’=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증권사 구내식당. 여성 직장인 5명이 저마다 싸 온 점심도시락을 펼쳐놓고 김치 얘기부터 시작했다. 박모(28·여) 대리는 김모(29·여) 대리가 싸 온 갓김치부터 찾았다.

김 대리 집의 갓김치가 식욕을 돋우는 데 최고라는 것. 김 대리는 이모(31·여) 과장 집의 신 김치가 자기에게는 맞는다며 이 과장의 반찬 그릇을 슬그머니 자기 자리 앞에다 가져다 놨다.

이들은 납 김치 파문 이후 도시락을 직접 싸 오고 있다.

A광고기획사 안모(32·여) 팀장은 “집집마다 제각각인 김치 맛을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라며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김치만큼은 집에서 싸 오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 디스플레이는 최고의 인증서=손님이 끊긴 식당가는 저마다 대책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서울 중구 무교동, 강남구 테헤란로, 서초구 서초동 일대 식당가에는 ‘국산김치만 사용’이라는 대형전단을 붙여 놓은 음식점들이 많다. 대기업 구내식당도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김치 성분검사성적표, 배추 국내 구매계약서 사본 등을 내걸기도 한다.

그래도 이들 식당에서의 김치 소비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

특히 김치가 식사의 중요 역할을 하는 설렁탕, 보쌈, 해장국집 등은 김치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아예 식당에서 직접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H푸드 관계자는 “식당 앞에 배추를 한 무더기 쌓아놓고 수시로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주자 비로소 ‘이 집 김치는 안심하고 먹겠다’는 소리를 하더라”고 말했다.

▽‘돌아온’ 배추코너=최근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정이 늘자 대형마트에도 ‘국산’ ‘유기농’을 앞세워 배추김치 코너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생식품코너 이남수(53) 주임은 “하루 판매량은 30여 포기에서 파동 이후 배추 값이 올랐는데도 150% 정도 늘었다”며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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