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클리닉]고교생/대학의 ‘탈(脫) 정치’ 움직임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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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논술주제

연세대 총학생회가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한 진보단체의 숙박 및 집회 장소 제공 요구를 거부해 대학가의 정치의식 실종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과거 대학은 민주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대학의 ‘탈(脫) 정치’ 움직임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학생 글 - 김다혜 대전 둔산여고 2학년

1960년 4·19혁명이나 1987년 6월 민주항쟁에서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은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①그만큼 과거의 대학은 80년대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②그러나, 현재의 대학에서는 ‘탈정치’의 움직임이 일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③며칠 전 연세대 총학생회는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한 진보단체의 숙박 및 집회 제공 요구를 거부했다. 학생회의 주장은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행사는 면학 분위기를 해쳐 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장소 제공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학은 본래 학문연구를 위해 세워진 교육기관이다. 그러므로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학은 학문교육기관인 동시에 사회로 나갈 학생들을 진정한 사회인으로 길러주는 최종적인 교육기관이다. 사회인으로 길러준다는 것은 정치, 경제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게 하여, ④그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⑤모른 체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따라서 대학의 ‘탈정치’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단편적인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⑥그 사회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러나 80년대와 같이 대학을 정치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⑦시대는 변화했고, 80년대와 같은 형태는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을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⑧그러므로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유지하는 바탕에서 예비 사회인으로서 정치, 경제와 같은 사회문제를 숙지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첨삭지도

①앞에서 60∼80년대를 언급하고 뒤에서 80년대만 언급하는 것은 어색하다.

②‘그러나’ 뒤에는 쉼표를 찍지 않는다. 또한 ‘일고있는’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문장부호나 띄어쓰기는 기본적인 사항으로 매우 중요하다.

③이 부분을 맨 앞으로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론에 주의환기와 문제제기가 나와야 하는데, 최근의 ‘사실’이나 ‘사건’은 주의환기로서의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며칠 전’보다는 정확한 일시를 언급하는 것이 좋다. ‘며칠’은 ‘몇일’로 적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④대학의 본질이 잘살 수 있는 사회인을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을 길러낼 의무도 있다.

⑤‘모른 채’가 옳다.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알고도 모르는 체하다’와 같은 경우에 쓰이는 것은 ‘척하다’의 의미이다.

⑥대학이 정치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를 알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이 사회를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 대학의 본질은 시대, 사회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이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⑦표현이 어색하다. 문장이 정돈되어야 한다.

⑧주술관계의 호응 등 문장이 어색하다. ‘숙지시키는’ 것의 주체도 불분명하다. ‘그러므로 대학은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유지하는 바탕에서 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가져야 한다. 즉, 대학생들에게 예비 사회인으로서 정치, 경제와 같은 사회문제를 깊이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도가 좋다.

■총평: 근거제시때 학자들 견해 적절히 인용해야

대체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안정된 글이다. 이 답안은 대학의 ‘탈정치’ 성향에 대해 대립하는 두 의견을 균형 있게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편 것이 좋았다. 논쟁형 논술은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가 분명해야 한다. 우선 반대 입장에 대한 비판이나 반박의 내용을 다룬 다음, 자신의 입장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어진 문제 상황이 무엇인지, 또 어떤 주장을 펼 수 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야 한다.

근거는 사실논거나 소견논거 모두가 가능하다. 정확한 근거가 없으면 글이 가벼워진다. 이 답안의 경우 소견논거를 첨가한다면 앙가주망(engagement· 정치나 사회문제에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을 주장한 사르트르의 견해를 인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니면 학문위주의 상아탑적 고고주의(孤高主義)를 탈피하여 사회변화의 동인,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주장한 국내외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면 좋았을 것이다.

동아닷컴 논술클리닉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는 대학의 정치참여와 탈정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글은 잘 썼지만 중요한 조건인 분량을 어긴 답안이 꽤 많았다.

박상연(대구여고), 최주영(포항세화여고)의 경우가 그러하다. 차현철(진주명신고)의 경우 대학과 시민단체, 인터넷의 발달 등을 적절하게 연결한 점이, 하미애(전주성심여고)는 대학의 탈정치 움직임과 취업난을 연결한 점이 돋보였다.

이만기 이만기의 국어나라 대표 www.leemanki.com

■ 생각 넓히기

①우리나라의 3·1운동,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과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스와라지운동 등에서 학생이 저항적 민족주의운동의 중추세력이었음을 이해한다.(근현대사, 세계사)

②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서울의 봄과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에서 학생이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6·3 세대, 민청학련 세대, 386 세대 등의 개념을 정리한다.(정치,근현대사)

③과거에는 ‘집회’와 ‘시위’를 통한 물리적인 정치참여가 중요했으나, 정보화 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등 새로운 방식에 의해 최근 선거에서 젊은 층의 역할이 커졌음을 이해한다.(사회문화, 정치)

④프랑스혁명 때의 상황에서 유래된 좌파, 우파의 개념과 혁신·진보·보수·수구 등 현 체제에 대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다(윤리, 정치)

⑤해럴드 드와이트 라스웰이 분류한 탈정치적, 무(無)정치적, 반정치적 등 정치적 무관심의 유형을 이해하고, 정치적 ‘과잉 참여’도 정치적 효율성이나 정당성을 해칠 수가 있음을 안다.(일반사회, 정치)

⑥정치참여도 개인 및 집단의 신념이나 이익에 따라 선택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존중하는 관용정신이 민주사회의 기본정신임을 이해한다. (윤리, 정치)

최강 최강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9월 6일) 주제

서울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원어민 영어교사를 유치하는 등 영어교육에 힘쓰고 있다. 우리 국민이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한국어 외에 영어도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영어 공용화에 대한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9월 2일까지, 중학생은 9월 9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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