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찰조서 증거능력’ 합헌결정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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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철 헌법재판소장(왼쪽)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이 26일 피의자 신문조서가 갖는 증거능력의 합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종승 기자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왼쪽)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이 26일 피의자 신문조서가 갖는 증거능력의 합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종승 기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周善會 재판관)는 26일 검찰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검찰조서의 증거능력(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자격)을 일정 조건하에서 인정한 것으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소법 개정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개추위는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결정 내용=형소법 312조 1항은 본문에서 ‘(검사작성 피의자 진술조서는) 진술자가 법정에서 조서를 부인하지 않아야 증거능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서에서 ‘(피의자가 조서를 부인할 경우) 피의자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이뤄진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312조 1항은 검사의 소송법적 지위를 고려하고,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312조 1항 단서에 대해 “법원으로 하여금 특신상태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게 한 후 그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있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판단의 의미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에서 오해와 혼동이 많다.

일부에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조서 내용을 부인해도 특신상태만 인정되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헌재 결정의 취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헌재는 조서가 증거능력이 있기 위해서는 피고인 자신이 법정에서 “내가 검찰에서 진술한대로 조서가 작성됐다”는 점(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다만 “조서가 내가 말한 대로 작성됐지만 내가 말한 그 조서의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는 경우에 특신상태의 존재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서가 내가 말한 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피고인이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는 볼 것도 없이 조서의 증거능력은 배제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례변경 취지와도 맞는다.

▽재판관별 의견과 소수의견=재판관 9명 가운데 주 재판관과 송인준(宋寅準) 김경일(金京一) 전효숙(全孝淑)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냈다. 이들 중 김, 전 두 재판관은 ‘특신상태’를 놓고 법률조항의 명확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좀 더 구체적인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윤영철(尹永哲) 권성(權誠) 김효종(金曉鍾) 이상경(李相京) 재판관은 312조 1항 단서에 대해 “법문언의 모호성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위헌 결정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헌법불합치라는 소수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위헌결정이 나려면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 이공현(李恭炫) 재판관은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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