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도시재생’ 영국에서 배운다<上>개발과 보존 共存

  • 입력 2005년 3월 23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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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지금 ‘리모델링’중이다.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신도시 건설이 한창이다. 기존 도심권에서도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높이 올라가는 아파트들을 보면서 시민들은 생각한다. ‘혹시 이 거대한 개발의 물결 속에서 역사 깊은 항구 도시의 흔적들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개발과 보존은 항상 대립되는 걸까.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구(舊)시가지 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건축 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의 ‘도시 재생(regeneration)’ 사례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영국 건축가와 도시계획자들이 쓰는 ‘재생’이라는 용어는 기존의 도시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도시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건축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전면 철거 후 새 도시를 짓는 우리의 재개발(redevelopment) 방식과는 다르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건축가들이 말하는 화두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한마디로 ‘미래에 개발할 여지를 남긴 채 천천히 개발하는 것’이다. 런던시의 자랑인 미술관 테이트 모던과 신금융지구인 카나리워프는 규모는 달랐지만 그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문 닫은 발전소를 미술관으로=유람선을 타고 템스 강변을 가다보면 세인트폴 대성당 건너편에 ‘ㅗ’자 모양의 큰 건물이 눈길을 끈다. 갈색 벽돌의 몸체 위에 유리 구조물을 얹은 형태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화력발전소를 개조했다. 2000년 개관한 미술관 건물 외곽의 80%는 1963년에 지어진 발전소의 모양 그대로다.

미술관의 마커스 홀리 관객서비스부장은 “미술관이 옛 발전소를 품고 있는 콘셉트”라며 “바닥의 껌 자국도 일부러 놔뒀다”고 말했다.

연간 이곳을 찾는 관람객 수는 당초 예상인 250만 명을 훨씬 넘는 400만 명. 미술관 뒤편으로 아파트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자발적인 재개발 붐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테이트 모던의 리모델링 공사는 아직도 미완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세대에 걸친 지속 개발=템스 강 동쪽의 카나리워프 주변은 테이트 모던이 있는 구시가지와는 판이한 풍경이었다. 높이 244m인 원 캐나다 스퀘어 빌딩을 비롯해 초고층 빌딩들이 가득했다. 씨티그룹 유럽 본사와 HSBC 세계 본부가 이곳에 있다.

1980년대 초까지 이 지역은 몰락하던 부두 주변의 시립 임대주택가였다. 런던시정부는 이 일대 동부쪽의 낙후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1981년 런던 항을 폐쇄한 뒤 개발공사를 설립했다. 불과 20년이 안 돼 카나리워프 지역은 7만 명이 일하는 첨단산업지구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실제 공사에 들어간 지 18년째인 카나리워프는 아직도 전체 면적 200만m² 중 25%가량이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개발을 맡은 카나리워프그룹의 하워드 셰퍼드 고문은 “전체를 다 개발하면 현재의 대중교통 용량이 한계에 이른다”며 “도시기반시설을 확대하기 전까지는 개발을 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개화기 인천’ 냄새 물씬▼

오랜 기간 꾸준히 대상지를 개발하면서 미래의 개발 여지도 남겨놓는 사업방식을 우리의 도시재개발에도 접목할 수 있을까.

인천시는 서구 가정동, 남구 도화동과 용현동 등에서 뉴타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인위적인 환경개선이나 주택공급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반해 100년 전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 중구 북성동, 항동 일대의 ‘도시재생사업’은 눈 여겨 볼만하다.

국내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옛 각국공원)에 있던 일본 청나라 러시아 영국의 영사관 등 근대 건축물을 복원해 ‘역사 문화의 향기’가 그윽한 거리로 만든다는 것.

자장면을 최초로 만든 공화춘 자리에는 자장면박물관을 개관하고 영화박물관, 근대 생활사박물관, 근대문화관 등도 소규모 형태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경인전철 인천역∼신포동로 이어지는 길이 3km 거리에는 ‘근대 역사문화유산 탐방로’가 2008년까지 1단계로 조성되며 탐방로와 월미도를 잇는 5.9km의 노면 전차(트램)가 2011년에 운행될 예정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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