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개발과 환경보존’ 공론화 하자

  • 입력 2005년 3월 22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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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산에서는 한 야산에서 발견된 도롱뇽과 습지의 보존가치를 놓고 환경전문가들 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의 불씨를 지핀 곳은 울산 북구청. 북구청은 “동대산 습지 웅덩이에서 도롱뇽과 부화되기 직전의 알 수 십 개를 발견했다”고 15일 발표한 뒤 이 일대를 생태습지학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밝혔다.

이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동대산 습지에서 도롱뇽이 발견된 것은 생태학적으로 매우 의미 있으므로 잘 보존해야 한다”며 북구청에 힘을 실어줬다. ‘울산 생명의 숲’은 지난해 9월 “동대산에 1000∼6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습지 16개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울산대 생명과학부 최기룡(崔基龍) 교수가 22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지율 스님이 수차례 단식농성을 통해 지키려 했던 천성산 무제치늪을 1995년 7월 발견해 환경부로부터 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되도록 한 장본인.

최 교수는 우선 “동대산 습지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도롱뇽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보호동물’인 것처럼 왜곡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대산에서 발견된 습지의 절반가량은 자갈밭, 논, 개울이었던 곳으로 보존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무조건 보존만 외칠 게 아니라 진정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을 지키자’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환경전문가들끼리 한쪽에서는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습지를 잘 보존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습지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엉뚱하게 도롱뇽을 들먹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환경전문가들 간의 논쟁을 공론화시키면 어떨까.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개발’과 ‘환경보존’을 놓고 빚어지는 마찰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꼭 시시비비가 가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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