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진료비 10년새 10배로…5511억원 ⇒ 5조1000억원

  • 입력 2005년 3월 21일 18시 19분


코멘트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보다 노인 의료비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인 의료비 문제가 고령화 사회의 ‘핵폭탄’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노인 의료비 증가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늘어나는 노인, 더 늘어나는 진료비=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65세 이상 노인 의료 이용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4년 11.3%에서 지난해 22.8%로 10년 사이에 무려 배가 늘어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4년 5.7%에서 2004년 8.7%로 52.6% 늘어났다. 노인 의료비 점유율이 늘어나는 속도가 노인 인구 증가율보다 2배가 빠른 셈이다.

건보공단은 노인 인구 비율이 10.9%에 이르는 2010년에 노인 의료비 점유율은 28.1%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라면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2026년의 초고령 사회에서는 노인의 진료비가 전체의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건강보험 재정에서 노인 의료비로 지출된 돈은 모두 5조1000억 원. 총액 규모로만 보면 10년 전(5511억 원)에 비해 10배가량으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140만2142원으로 65세 미만의 연간 진료비(39만8395원)의 3.5배였다. 진료비 중 공단 측이 지급하는 노인 1인당 연간 공단 부담액도 104만9000원으로 최초로 100만 원을 넘어섰다.

성별로 보면 남자 노인의 진료비(144만7343원)가 여자 노인(137만1661원)보다 많았지만 병원 방문 횟수는 여자(37.7일)가 남자(32.1일)보다 많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75세 이상의 진료비 지출 규모(137만6272원)가 65∼74세(141만4032원)보다 적다는 점.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 주원석(朱原奭) 차장은 “장수에 성공한 최고령층의 진료비 지출이 중간 노인층보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지난해 건강보험의 재정 총액은 22조5000억 원. 급여비 지출 급증으로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던 건강보험은 국고지원 확대, 연평균 19.1%에 달하는 보험료 인상 등으로 2003, 2004년 2년 연속 1조 원 이상의 당기 흑자를 이뤘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 의료비 급증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센터는 “의료비 억제를 위해서는 행위별 의료수가제를 포괄수가제로 개편하는 등 총액개념의 관리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 등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군의 진료내용을 표준화해 환자의 입원일수와 질병의 경중에 따라 정해진 보험급여비만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7개 질병군에 대해 시범실시해 오던 포괄수가제를 2003년 말 민간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확대하려 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부닥쳐 시행을 열흘 앞두고 철회한 바 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