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험관아기 1호, 군대 간다

  • 입력 2005년 3월 21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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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험관아기 1호가 성인이 돼 군대를 간다.

주인공 천의(千義·21·장안대 2년 휴학·안양시 안양1동) 씨는 22일 경기 의정부시 306 보충대에 입소해 2년간 군 생활을 하게 된다.

천 씨는 1985년 10월 12일 서울대 장윤석(張潤錫·74·현 서울대 명예교수) 교수팀에 의해 국내 최초로 성공한 시험관 아기. 천 씨는 누나 희(熙·21·성신여대 2년) 씨와 함께 천근엽(千根葉·52), 서정숙(徐正淑·49·여) 씨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다.

1978년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아기가 태어난 지 7년 만에 국내서 성공한 것으로 당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어머니 서 씨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나서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 서울대 불임클리닉을 찾았다가 시험관 시술을 하게 됐다"며 "운이 좋게도 첫 번째 시술에 성공해 아이들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서 씨는 "힘들게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며 "의가 국방의 의무를 하게 됐으니 걱정보다는 대견스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천 씨는 "중학교 때 처음 시험관 아기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며 "군에 있는 동안 부모님과 누나가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천 씨는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주위에서도 시험관 아기라는 사실을 몰랐으나 최근 중앙선관위의 성년의 날 공익광고 모델로 촬영을 하면서 외부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1983년부터 서울대 불임클리닉을 운영하며 40여 차례에 걸쳐 시험관 시술을 했으나 계속 실패하다 천씨 부부가 처음 성공한 경우"라며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그 아기가 커서 군에 간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의 인간복제나 줄기세포 기술 등이 모두 시험관아기 기술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뒤돌아보면 국내 의학 발전의 한 방향을 제시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시험관아기란 난자와 정자를 채취하여 시험관에서 수정 및 배양시킨 후 다시 자궁 안으로 넣어 임신시키는 방법으로 태어난 신생아를 말한다.

안양=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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