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LG출신 팬택직원 영장… 양측 법정공방 가열될듯

  • 입력 2005년 2월 1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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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한 적법한 이직인가, 아니면 첨단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이직인가.

검찰이 18일 LG전자에서 경쟁사인 ㈜팬택으로 옮긴 연구원에 대해 휴대전화 기술유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사이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업비밀 유출 논란은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런 논란을 정리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개요=사건은 LG전자 연구원 4명이 지난해 7월 팬택으로 옮기자 LG전자가 이들을 기술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득홍·李得洪)는 16일 팬택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구모 씨(33) 등 연구원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18일 과장급 연구원 구 씨에 대해서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나머지 연구원 2명과 임의동행 형식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던 다른 연구원 1명 등 3명은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구 씨는 LG에서 갖고 온 자료를 팬택에서 사용한 게 드러나 영장을 청구했고, 다른 연구원 3명은 보강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팬택 측이 기술유출을 교사했을 가능성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 부분은 현재로서는 수사 대상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술유출 있었나=검찰 발표에 대해 팬택 측은 “LG전자의 기술을 이용한 적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문제가 된 기술은 ‘부트셸(Boot Shell)’로 휴대전화를 개발할 때 특정한 동작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테스트하는 프로그램.

팬택 관계자는 “문제가 된 연구원들은 헤드헌팅 업체의 추천을 받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했고, 구 씨의 기술은 이미 우리가 개발해 휴대전화에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LG보다 기술이 앞서는데 무슨 기술을 빼온다는 말이냐”며 “연구원들은 더 좋은 연구환경이 보장되는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문제가 된 기술은 LG에서는 상용화됐지만 팬택에서는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래된 논쟁=LG전자 측은 2003년 5월에도 자사 연구원 5명이 퇴사 후 팬택으로 옮기자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이들을 고소했으나 당시 서울지검은 “LG가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기술은 이미 팬택이 사용 중인 기술”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LG가 팬택으로 옮긴 연구원 6명에 대해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8월 법원은 LG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구원이 회사를 옮길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돼 온 것으로 기술유출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성호(朴成浩) 변호사는 “연구원이 탁월해 혼자서 기술을 습득했는지, 아니면 LG전자에서 근무하면서 얻게 된 기술인지가 기술유출 여부를 가리는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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