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권]기아차 채용비리 남의 탓 돌려서야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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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조 간부에게서 시작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가 회사의 인사담당자와 외부인사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도 사건의 파장을 감안한 듯 수사검사를 늘리고 기아차 본사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 등 의지가 다부지다.

하지만 사건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수사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사추천제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장점 많은 제도로 그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일부 개인비리가 드러났다 해서 선의의 추천인들까지 매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건에 대한 기아차의 첫 번째 공식 입장인 이 자료는 줄곧 입사추천제를 옹호했으며 대(對)국민 사과 문구는 말미에 딱 한 줄 붙여놓았다.

또 민주노총은 27일 사과 성명을 통해 “사건의 본질은 이해 관련자들에게 이권을 나눠주며 전근대적으로 노무관리를 해온 사측의 입사비리이며, 2월의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앞두고 수사를 공개한 검찰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현지에서는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아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이 지역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 본질적으로 훌륭한 추천제도가 어쩌다가 부작용을 일으켜 이번 사건이 터졌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기아차는 왜 2003년부터 이 제도를 축소하려 했나.

둘째, 이 사건의 책임을 회사에 돌리고 ‘음모적 검찰 수사’라는 주장을 펴는 게 “도덕성을 생명으로 한다”고 자임하는 노조 상급단체가 할 말인가.

셋째,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어설픈 ‘조기진화’는 다른 잘못을 잉태할 수 있다는 점을 현명한 광주시민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비리를 덮으려는 인상을 주다가는 더 큰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그리고 당사자 및 관련자들의 진솔하고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아닐까.

김권 사회부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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