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교원단체, 이번엔 왜 침묵하나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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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가 학생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준 사건은 위장전입 안내 등 상식 밖의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부정행위 사건에 이어 또 한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졸음을 참아가며 공부에 매달리고 있고, 소수점 이하의 점수차로 대입 당락이 바뀌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학생부 관리의 근간을 깨뜨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대로 195개 고교 가운데 5곳 중 1곳이 30% 이상의 학생에게 ‘수’를 줄 정도로 일선의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해 있다. 연세대 1학기 수시모집 지원자들의 내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강인원 138명 중 134명(97%)에게 ‘수’를 주는 등 성적 부풀리기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내신 부풀리기에서 교사와 학부모는 일종의 공범 관계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성적관리의 최후 보루여야 할 교사들이 “제자들의 대입 문제가 걸려 있다”는 이유로 현실과 타협한다면 누구를 믿고 아이들을 맡기란 말인가.

교사들은 “다른 학교도 다 하고 대입 당락에 영향을 주는데 어떻게 모른 척하느냐. 어렵게 출제하면 학부모들이 가만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교사는 기대만큼이나 행동도 달라야 한다. 교직을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소명의식에 바탕을 둔 ‘성직’으로 교사들이 자부하는 것도 바른 사람을 길러 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단체들이 일련의 교사 관련 사건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 하나 내놓지 않는 것은 실망스럽다.

교원평가제 도입, 교원양성체제 개편 등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는 수시로 반대 성명서를 쏟아 내며 목소리를 높이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교원단체는 교원의 권익을 옹호하는 이익단체로서의 활동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교육자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교사의 윤리의식을 일깨우는 ‘등대’ 역할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인철 교육생활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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