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8년 수학자 쿠르트 괴델 사망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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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경제학자 오스카르 모르겐슈테른은 당시 외무부 장관 브루노 크라이스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괴델이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헤르만 바일이나 요한 폰 노이만 같이 걸출한 사상가들도 그가 단연코 라이프니츠 이래로,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라고 공언했습니다. 한번은 아인슈타인이 내게 고백하기를, 그저 괴델과 함께 집으로 걸어오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 연구소에 간다고 했습니다.’

쿠르트 괴델(1906∼1978).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20세기 최고의 논리학자로 평가받는 수학자다. 미국의 시사지 ‘타임’이 밀레니엄 특집으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 100명을 뽑았을 때도 포함되어 있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했으나 1938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가 27년 전, 1월 14일 사망했다

괴델의 업적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참이지만, 참이라고 증명할 수 없는 수학적 명제들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모든 수학적 정리는 증명이 가능하다’는 ‘완전성 정리’가 지배적인 시절 나온 것으로 ‘불완전성 정리’라고 이름 붙여졌다. 괴델은 ‘수(數)’라는 투명하고 확실한 영역조차,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진리는 증명보다 크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자기가 만든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둬 세상과 사람들을 해석하는 지식인들이 많은 세상에서 그의 주장은 여러모로 울림이 크다. 괴델은 ‘세상일이란 증명보다 복잡하며, 기승전결이나 6하 원칙으로 딱 떨어지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과 ‘논리’로 밝혔다.

세상일의 복잡다단함을 인정하는 일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주기도 하지만, 삶을 연민과 여유의 시선으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괴델의 정리는 결국 20세기 수학 기초이론의 핵심이 되었고 “컴퓨터라 해도 풀 수 없는 수학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되어 인공지능 등 컴퓨터 과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는 삶에서는 논리의 대가였지만 죽음에서는 철저히 비논리적이었다. 음식을 끊고 굶어 죽은 것이다. 사망 당시 키 168cm에 몸무게는 29.5kg에 불과했다. 당시 그를 진단한 의사는 ‘태아의 자세로 죽었다’고 전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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