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 서울까지 위협…재선충病 발생지역 원목유입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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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산림에 ‘소나무 에이즈’ 비상이 걸렸다.

일단 걸리면 소나무가 100% 누렇게 말라죽어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材線蟲)병’이 남부지방을 휩쓴 데 이어 서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소나무 3만9800여 그루가 보존돼 있는 남산을 비롯해 서울 주변 산림의 소나무 보호를 위해 초비상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20일 “25개 자치구에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 실시 등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보냈다”며 “자칫 재선충이 서울시내 소나무에 옮을 경우 남산 소나무를 비롯해 상당수 소나무가 연쇄 고사(枯死)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시는 또 최근 건설업체나 조경업체들이 재선충이 발견된 부산 경남지역 등의 일부 소나무를 서울로 들여오고 있음을 확인하고 서울 주변 톨게이트 등에서 원목 수송 차량에 대한 검사 및 검역을 의무화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재선충은 2001년부터 경남 경북 제주 울산 전남 등의 38개 시군구 약 3500ha(약 1180만 평)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서울 여의도공원(약 7만 평)의 약 170배 크기.

특히 최근 경북 포항시로 북상하면서 백두대간을 타고 강원지역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전국 대부분 지역이 ‘위험지대’로 여겨진다.

포항시는 매일 30∼40명의 작업인부를 동원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베어 태우고 있다. 현재까지 제거한 소나무는 2500여 그루.

산림청 산림보호과 관계자는 “재선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방제와 피해목 벌채 후 살균처리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철저한 방역작업을 벌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나무 재선충▼

소나무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전파되며 일단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한다. 솔수염하늘소 1마리에 5000∼1만 마리의 재선충이 달라붙어 이동한다. 재선충은 부화한 지 20일 만에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소나무의 양분을 빨아먹고 산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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