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원 어떻게…” 상담업체 특수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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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통지된 지 하루가 지난 15일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입시 정보 부족으로 대학 선택과 진학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학원 배치표는 엉터리니 믿지 말라”고 하면서도 정작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에 참고가 될 만한 자료는 제공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시 정보를 제공하거나 상담을 해 주는 온·오프라인 입시컨설팅 업체와 학원으로 수험생 등이 몰리면서 관련 업종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온·오프 입시상담 호황=표준점수의 원점수 전환, 지원 가능 대학 등에 대해 1 대 1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컨설턴트 상담은 수능 직후부터 호황을 누려 왔으나 성적표 통지 이후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 A학원의 경우 1시간 상담에 30만 원을 호가하지만 원서 접수일인 22일까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10만∼40만 원 정도의 가격대인 다른 학원들도 비슷하다.

e메일이나 전화 컨설팅도 인기다. 서울 B학원이 운영 중인 전화 및 e메일 상담은 건당 3000∼5000원으로 수능 직후에는 하루 평균 50∼70건의 문의가 왔지만 성적표가 통지된 14일에만 5000명 이상이 이용했다. 연말까지 무한대로 이용 가능한 5만∼6만 원짜리 ‘자유이용권’도 500여 명이 구매했다.

서울 H고 3학년 조모 군(18)은 “학교에서는 예전의 자료를 갖고 상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원이나 온라인 상담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의 지원 사이트와 점수환산표도 특수=인터넷에서도 모의 지원 사이트가 급조되거나 비슷한 성적의 수험생끼리 정보를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모 포털사이트의 ‘수능연구모임’ 등 대학별, 수준별, 지역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수백 개 개설된 상태.

한 카페는 아예 고득점자를 상대로 점수 공개 게시판을 마련해 수험생들이 서로 점수를 비교하며 지원 대학을 가늠해 보도록 하고 있다.

유명 대학 의대 출신들이 운영 중인 한 입시사이트는 수험생은 물론 학원 강사, 교사까지 방문해 14일 한동안 다운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접속하고 있다.

M학원에서 운영 중인 채점서비스 사이트는 원점수와 평균점수 계산을 위해 14일 하루 동안 7만 명이 이용하기도 했다.

유명 학원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대학배치표도 2만∼4만 원 정도로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교육 당국은 뭘 하나”=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4일 발표한 수능 성적 관련 자료는 진학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다.

9등급 구분 표준점수, 영역별 과목별 누가분포표뿐이고 수험생의 성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백분위표 등은 내놓지 않았다.

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상담 교사단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고교 교사들이 자신들의 제자 상담도 하기 힘든 마당에 57만 명의 수험생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부모 이모 씨(49·여)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 수십만 원을 들여서라도 상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선택형 수능제도’라고 홍보했지만 오히려 수험생의 대학 선택만 어렵게 만든 것 같다”고 불평했다.

서울의 한 학원 관계자도 “학생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안쓰럽다”며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입시 정책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강선보(姜善甫·교육학) 교수는 “지금처럼 제도를 자주 바꾸다 보면 한 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터지는 현상이 반복돼 결국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가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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