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제주 차 박물관 오’설록…배우고 보고 음미하세요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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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차 박물관인 제주 남제주군의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 내부.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50여 가지의 차잎과 차로 끓여 먹을 수 있는 말린 꽃잎 전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남제주=구자룡 기자
㈜태평양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차 박물관인 제주 남제주군의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 내부.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50여 가지의 차잎과 차로 끓여 먹을 수 있는 말린 꽃잎 전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남제주=구자룡 기자
제주공항에서 내려 서쪽으로 95번 국도인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서귀포쪽으로 40분가량을 가면 ‘서광 다원’ 이정표가 나타난다.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이 다원은 ㈜태평양의 제주도내 차(茶) 밭 3곳 중 한 곳.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5분쯤 가면 ‘관광섬 제주’에 이런 차 밭이 있었나 싶을 만큼 넓은 16만 평에 이르는 차 밭이 길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태평양이 녹차와 한국 전통차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2001년 9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녹차 박물관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은 이곳 다원의 한 쪽에 자리잡고 있다.

4일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 비가 약간 내려 제주도의 다른 야외 관광지 구경을 하지 못하는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200여 명의 관람객들이 400여 평의 박물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문을 연 이후 80만 명가량이 찾았다고 한다.

▽차에 관한 정보를 한 곳에=위에서 보면 둥근 찻잔 모양의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 연중 무료로 개방된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잔 갤러리’에 이어 ‘차 자료 전시실 및 문화실’을 거치며 차와 다기(茶器) 등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상세한 게시 정보 외에 단체 관람객들에게는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도 있다. 박물관 측은 특히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을 배치해 안내토록 하고 있다.

잔갤러리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차와 관련된 유물 150여 점이 전시되어 선조들의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전시된 유물은 모든 진품이어서 특수 방범 처리가 된 것이라고.

차 문화실 자료에 따르면 약 5000년 전 중국에서 신농씨가 독초를 먹어 중독된 독(毒)을 녹차 잎을 씹어 먹고 나은 후 약용으로 녹차가 널리 퍼졌다고 한다. 한반도에는 7세기경에 들어와 고려시대에 차 문화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조선시대까지도 차는 상류층에서만 마시고 제사에 이용했으며 서민들은 차 대신 술을 제사에 쓸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 중에는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과 승려 학자 의순, 추사 김정희 등이 대표적인 차광(茶狂)이었다고 소개돼 있다.

문득 지도를 보고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정경섭(鄭敬燮·39·자영업·부산 서구 서대신동) 씨는 “차를 좋아해 차에 관한 이런저런 내용을 알고 있는데 이곳에 와서 종합적으로 정리를 하고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와 차=차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14도 이상인 곳에서 많은 비가 내리면서도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을 가진 곳이 재배 적지. 그래서 한반도에서는 지리산 남쪽 지방에서만 차가 생산된다. 연 평균 1300mm 이상 비가 내리고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부서져 생긴 제주도 토양은 차의 재배에 적합하다고 영어 일본어 안내를 맡고 있는 박물관의 김지연(金志姸·27·여) 씨는 설명했다.

사계절 푸른 차는 한 해에 4차례 수확하는데 음력 4월 20일 곡우(穀雨)를 전후로 따는 ‘첫물’ 차가 제일 귀하고 품질도 좋다. 파릇이 돋은 새 순만 손으로 직접 수확한다. 우전차, 세작, 작설차 등이 모두 첫물 차들이다.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 차 밭을 보면 차 밭 중간 중간에 바람개비가 높이 세워져 있다. 차 잎이 나오는 초봄에 서리가 내리면 자동으로 감지해 돌아감으로써 공기를 순환시켜 서리 피해를 막는다고 한다. 두물, 세물 그리고 10월경 수확하는 끝물 차는 모두 기계로 수확한다.

▽녹차의 효능=중국인들이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기면서도 비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녹차를 즐겨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 성분 중 사포닌의 항(抗)비만 효과는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즉 차는 몸 속의 열 발생을 촉진해 에너지 소비를 늘림으로써 비만을 예방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 ‘녹차의 의학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암과 심장병을 예방해 주고 백내장과 관절염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골(骨)밀도를 높여서 골다공증 예방 효과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장병과 관련 미국 ‘보스턴 지역 건강 연구센터’ 조사 결과 매일 홍차 한 잔(200∼250mL) 이상을 마신 실험 대상자가 차를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심장 발작 위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올 5월 한국식품과학회 주최로 열린 ‘7회 국제 녹차 심포지엄’에서는 녹차가 여러 가지 암의 발생과 진전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남제주군=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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