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성희]‘도롱뇽’만 보는 환경단체

  • 입력 2004년 12월 5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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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로 관심을 모았던 도롱뇽에 대해 예상대로 소송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원효터널)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보다는 ‘도롱뇽 소송’으로 더 유명한 이 사안은 법원이 공사재개를 허용함으로써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락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큰 관심을 모았던 이 공사는 법원 판결로 재개됐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이 사안은 지율스님이 4차례에 걸친 무리한 단식으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선거공약으로 ‘노선 재검토’를 약속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쉬운 점은 실제로 터널공사가 도롱뇽이 산다는 무제치늪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재판부의 공동조사 권유를 환경단체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는 ‘나만이 옳다’는 독선으로 비치기 쉬운 행동이다.

필자는 터널공사로 도롱뇽을 비롯한 멸종위기 동물들의 안식처가 실제로 얼마나 위협을 받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단지 알고 있는 것은 어떤 개발사업이든 생태계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개발의 필요성과 편익이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보다 크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될 때는 어느 정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환경단체의 고유한 임무이자 정당한 영역이다. 그러나 어떤 사업이 타당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얻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선진사회 구성원의 책임이다.

도롱뇽이 천성산 파괴의 상징으로 과도한 사회적 이목을 끌고 있는 사이 고무호스를 쓸개에 매단 반달곰은 우리에 갇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쓸개에 고무호스를 매달고 쓸개즙을 빼앗기는 사람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매사에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단체가 잘못된 보신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성명서 한 장 발표하지 않는 데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많다. 이 사건은 일회성이고 관련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라 생각되지만 환경단체들의 관심이 특정한 이슈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현재도 110여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환경비상시국회의가 계룡산국립공원의 관통터널 허가 문제를 놓고 정부를 규탄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환경비상시국회의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여러 가지 비상수단을 쓰고 있는 현 정부를 환경파괴정권으로 규정하고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산국립공원 관통터널이나 천성산 구간 공사의 재개 여부는 정부가 아니라 재판부에 의해 결정되었다. 새만금 사업도 내년 초에 사실상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량 소송 사태와 재판 진행에 걸리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그렇다 치고 언제까지 국책사업의 시행 여부를 정책결정자가 아니라 사법부가 맡을 것인지 생각할 수 록 안타까운 일이다. 계룡산 터널도 그런 전철을 밟을까봐 걱정이다.

여러 가지 국책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정성희 교육생활팀장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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