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특별전형 서울대 전면 재검토

  • 입력 2004년 11월 19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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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최근 수년간의 재외국민특별전형 내용을 분석한 결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이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이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18일 “단순히 부모가 해외에 근무했다고 해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수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는 전형으로 바꾸기 위해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재외국민특별전형 제도가 1970년대 해외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이상 불이익이 아닌 지금은 ‘정원외’로 뽑는 등 특혜를 주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전형이 논술과 수학, 면접으로만 이뤄져 있어 외국에서 현지 학업에 충실한 학생이 아닌 특정 국가의 ‘한국인학교’나 국내에서 특례 과외에 매달린 학생이 주로 선발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형내용 분석=본보 특별취재팀이 2003, 2004학년도 서울대 재외국민특별전형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특정 국가 및 특정 지역 출신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학년도의 경우 전체 합격자 53명 중 서울지역 거주자가 47명으로 89%에 육박했으며 나머지 6명(11%)은 경기지역 거주자로, 수도권에 편중됐다. 특히 강남지역에 사는 학생이 33명으로 전체 합격생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2003학년도 역시 서울지역 거주자가 51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으며 강남 거주자가 35명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특히 합격자를 배출한 국내 고교 16개 중 1개교를 제외한 모든 고교가 강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 굳이 ‘정원외’로 따로 전형할 게 아니라 개인의 특기와 역량에 따라 ‘정원내’로 선발해야 한다는 게 내부 의견”이라고 말했다.

▽‘과외성행’ 국가 출신 편중=2004학년도의 경우 지원 당시 부모가 모두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영주자’ 자녀의 경우에는 합격자 11명 중 8명이 인도네시아, 3명이 중국 출신으로 특정국가 편중 현상이 심했다. 2003학년도에도 인도네시아 11명, 일본 7명, 중국 3명 등으로 마찬가지였다.

이들 지역은 국내를 능가하는 ‘과외 열풍’으로 악명이 높은 지역. 인도네시아 호주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군(17)은 “낮에는 학교 공부하고 밤에는 특례 준비 학원에 다니느라 잠잘 틈이 없다”며 “대부분 방학 때마다 귀국해 과외를 받고 입시 전에는 부모님보다 먼저 한국에 들어가 특례 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현지의 독특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진 학생은 한국식 ‘과외’를 받지 못해 오히려 불합격되고 있다”며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서울대는 이 같은 문제점은 현재의 전형이 현지 고교의 성적이나 추천서를 반영하지 않고 논술과 수학, 외국어 및 면접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현지 학교에서의 성취도, 추천서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학생의 역량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대는 일단 2005학년도부터 서류전형의 비중을 높였으며 앞으로도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의 성적 반영 등을 포함해 서류전형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권고사항으로 구체적인 전형방법은 각 대학에 일임하고 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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