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보궐선거 비용 원인자가 부담해야

  • 입력 2004년 9월 14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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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계약이므로 중도 사직은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개인 영달만 생각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사람에게는 보궐선거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경남도의회 백신종 의원은 3월 16일 도정질의에서 김혁규 전 지사의 중도 사직을 비판한 뒤 “김 전 지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백 의원이 10월 30일 치러지는 거창군수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공천을 받으면 도의원은 그만두어야 한다.

백 의원은 최근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며 자신의 바뀐 입장을 사과했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로 보기는 어렵다.

백 의원 뿐 아니다.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신현보 도의원은 군수 선거를 겨냥해 이달 초 이미 의원직을 내놨다.

군수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신 의원 후임 보선에는 신주범, 이현영 거창군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 중이다. 만약 이들이 출전한다면 다시 군 의원을 뽑아야 한다.

무소속 최용환 군의원도 군수 출마를 선언하고 일찌감치 의원직을 버렸다. 신전규 군의원도 한나라당 공천 신청과 함께 군수 선거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공무담임을 희망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고, 또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현역 선출직들이 신분 상승을 노리고 ‘명함’을 내밀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선비용도 만만찮다.

군수선거는 평균 7억4000만원, 도의원은 2억7300만원, 군의원은 1억900만원이 든다. 행정력 낭비 등 간접 손실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거창의 선거 도미노현상은 ‘김태호 거창군수’가 군수직을 중간에 내놓고 도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비롯됐다. 김 지사는 연쇄 선거의 원죄(原罪)를 중도 하차한 김 전 지사에게 돌릴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 부담과 지역 혼란까지 눈감을 수는 없는 일이다.

보선 출마자들은 이번에도 “더 큰 일을 위해 중도사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지지를 호소할 게 뻔하다.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다. 한번 금이 가면 처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들의 심판은 유권자 몫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예사로 하는 정치인의 출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보궐선거 비용의 원인자부담 법안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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