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칩 초소형화 길 열었다…서울대 박영우교수팀 개발

  • 입력 2004년 8월 5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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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가늘면서 팔방미인 재주를 자랑하는 탄소나노튜브. 탄소(C) 6개가 육각형을 이룬 채 서로 연결돼 있는 빨대 모습이다. 지름이 머리카락 10만분의 1(약 1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인 수nm에 불과하지만 전기를 통과시키는 능력이 구리보다 100배 뛰어나고 강도가 철강보다 100배나 높은 등 ‘재주’가 뛰어나 많은 과학자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 성질을 가진다는 점이 알려져 현재의 반도체칩 크기를 수만배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부 및 나노응용시스템연구센터 박영우 교수 연구팀이 이 기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탄소나노튜브에 전기를 공급해 주는 ‘스위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 연구논문은 미국의 전문학술지 ‘나노레터’에 조만간 게재될 예정이다.

원래 도체인 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반도체는 전원을 잘 제어하면 전기를 흘리거나(도체) 끊는(부도체) 성질이 있다. 이에 맞춰 소자 하나는 0과 1 두 가지 신호를 내며 연산능력을 발휘한다. 이 반응 속도가 빠를수록 연산능력은 향상된다. 최근 개인용컴퓨터의 연산처리능력은 3GHz 수준. 1초에 30억회 전기신호에 반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탄소나노튜브는 어떻게 0과 1의 신호를 만들 수 있을까. 연구팀은 튜브에 전원을 달리 공급하면 튜브의 움직임 역시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탄소나노튜브 한쪽 끝(S)을 고정시키고 게이트(G)로 전원을 공급하면 튜브의 다른 쪽 끝이 바닥의 드레인(D)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붙으면 전기가 흘러 0, 떨어지면 전기가 끊겨 1이라는 신호가 만들어지는 것.

박 교수는 “그동안 이론적으로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험을 통해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원을 적절히 제어하면 수GHz 수준의 연산능력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가 지정한 나노응용시스템 국가핵심연구센터(NSI-NCRC)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센터의 박영준 단장(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은 “이번 성과로 전기 스위치의 크기를 초소형화하는 일 역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탄소나노튜브는 구리보다 전기전도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가정에 설치된 전기 개폐기(두꺼비집)의 크기를 손톱만 하게 줄일 수 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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