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기불황여파 광주 도심 ‘썰렁’

  • 입력 2004년 7월 27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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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부도심 활성화와 장기불황의 여파가 겹치면서 광주 도심지에서 빈 건물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그동안 1990년대 초 전남도청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예견돼 온 것으로 주민들은 계획대로 내년 말 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갈 경우 나타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문 닫은 도심 유흥가=광주 동구 불로동 그랜드호텔 뒤쪽 속칭 ‘구 시청 사거리’ 일대는 1990년대 중반 광주지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사거리 일대 도로에 맞닿은 1층만 하더라도 전체 50여 점포 가운데 절반이상이 셔터를 내리고 ‘임대’ 딱지를 내붙였다. 임대보증금에 필수적으로 따라 붙던 수천만 원대의 권리금도 자취를 감췄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유흥가 여종업원들을 불러 모았던 수입옷가게 액세서리가게 미용실 등 심야쇼핑 가게의 네온사인도 꺼진 지 오래됐다.

해장국집 여주인 이모씨(67)는 “불과 몇 달 만에 마치 폭격 맞은 것처럼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며 “그 많던 손님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높아가는 공실률=도심지 오피스빌딩의 빈 사무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광주지역 사무용 빌딩 공실률(건물내 빈 사무실 비율)은 12.5%로 1분기에 비해 2.3%포인트,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1%포인트가 각각 늘어나 지방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연면적 2000평 이하 소형 빌딩의 경우 평균 공실률이 26.3%에 달해 전체 사무실의 4곳 가운데 1곳이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빌딩 임대료가 전반적인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특히 금남로5가 등 구 도심권 빌딩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지난해에 비해 10∼20%나 내려 임대료 하락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청 떠난 뒤가 더 걱정”=도심지 건물주와 상인들은 내년 말로 다가 온 전남도청 이전 이후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광주시가 향후 20년에 걸친 ‘광주 문화중심도시’ 계획아래 도청 터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거의 영화가 다시 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동구청의 한 간부는 “상시 근무자가 1000명에 이르는 전남도청과 77개 연관 기관이 전남 무안으로 옮겨갈 경우 실질적 공동화와 함께 ‘호남권의 중심’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함께 잃을 것이 분명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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