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20년 동안 3·1운동을 연구해온 이정은(李廷銀·50) 수석연구원이 충남 천안시 등의 후원을 받아 철저한 학문적 고증을 거친 ‘유관순’(520쪽·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을 펴냈다.
이 연구원은 친구 보각스님 등 유 열사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호적과 수형기록표 등 공식 기록을 자료로 삼았다.
국내에는 50여종의 유관순 전기가 나와 있으나 일부는 순국일 등 기본적 사항조차 엇갈리고 있다.
그는 “유 열사는 ‘칙칙! 폭폭!’이라는 기차소리도 ‘대한! 독립!’이라고 들린다고 친구들에게 말할 정도로 민족의식이 투철했다”고 전했다.
“유 열사는 키가 169.7cm로 당시 여학생 평균보다 약 20cm나 컸으며, 아주머니처럼 머리에 수건을 쓰고 각 고을을 다니며 독립운동 참여를 설득했고 시위 당일 무단 발포하는 일본 군대의 총구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인명의 희생을 막으려 했어요.”
이 연구원은 “함께 시위를 주도했던 조인원 등 13명이 제3심인 고등법원에 상고할 때 ‘어디인들 감옥이 아니겠느냐’며 상고를 포기한 사실은 이번 평전에서 새로 밝혀낸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 열사를 어느 순간에 돌출한 존재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천안) 정서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유 열사 가족은 딸에게 근대교육을 시켰으며 천안지역은 동학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등 권력에 항거한 전통이 있다.
이 책은 권말 부록에서 그간 논란이 돼온 유관순의 한자이름(柳寬順), 순국일(1920년 9월 28일·양력), 탄신일(1902년 12월 16일·양력) 등을 일괄적으로 정리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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