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뭐하러 했나…단위노조 산별협약 거부

  • 입력 2004년 7월 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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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보건의료노조 윤영규 위원장(가운데)이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산별교섭에 합의한 뒤 사용자측의 최종 협상안을 검토하며 웃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22일 보건의료노조 윤영규 위원장(가운데)이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산별교섭에 합의한 뒤 사용자측의 최종 협상안을 검토하며 웃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지난달 23일 끝났지만 서울대병원 광명성애병원 경상대병원 등 일부 병원 단위노조가 총파업 종료 2주일이 넘은 7일 현재까지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단위노조의 파업 이유는 “산별교섭은 타결됐지만 지부교섭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사용자와 환자들은 물론이고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이럴 거면 산별교섭은 무엇 때문에 했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보건의료노조는 14일 2차 파업을 벌일 계획이며 서울대병원 등 일부 병원 환자들은 28일째 계속되는 파업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산별교섭은 왜 했나=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첫 산별교섭에서 총파업까지 가는 진통을 겪고 교섭을 타결했지만 7일 현재 전국 121개 지부 가운데 56곳만이 사업장별 교섭을 마쳤으며 65곳이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장별 여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산별교섭을 타결했던 사용자(병원)측은 “처음부터 산별교섭이 아닌 지부별교섭을 했더라면 협상이나 파업이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산별노조는 산별합의 이행을 거부하는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14일 오전 7시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2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이 7일 병원 본관 2층 로비에서 집회를 가졌다.-전영한기자

▽무용지물된 산별협약=서울대병원 노사는 특히 산별협약이 임금, 근로시간, 연월차휴가 및 연차수당, 생리휴가에 대해 지부협약에 우선한다고 규정한 산별협약 10장 2항의 유효성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측은 “노조는 산별협약에서 결정된 토요격주 휴무제 등을 사실상 못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노조는 “보충협약이 필요하다. 사측은 토요 진료와 수술의 축소 기준과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경북대병원 지방공사의료원 등은 산별협약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임금인상, 생리휴가 수당보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파업에 대해 노동계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지부가 산별협약을 뒤엎는 것은 산별교섭 정착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파업을 자제하고 교섭비용을 줄이기 위해 산별교섭을 한 건데 파업은 더 길어지고 병원 피해만 늘어났다”면서 “내년부터는 산별교섭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서울대병원 파업은 산별교섭 타결 이후 새 쟁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므로 사후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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