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첩도 ‘민주 인사’라는 의문사委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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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유신 시절 정보기관의 폭압적 전향 공작으로 숨진 비(非)전향 장기수 3명의 죽음을 ‘의문사’로 규정해 민주화 운동과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의문사위의 이번 결정이 대한민국의 국기(國基)와 정체성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고 본다.

민주화위원회는 브리핑에서 “이들은 인간으로서 기본권리를 침해당했고 그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전향제도나 준법서약서 등 악법이 철폐됐으므로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당시의 공권력도 결과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했고, 박종철군을 고문 치사한 경찰관도 6·10항쟁을 가져온 민주화 유공자로 볼 수 있단 말인가.

1기 민주화위원회도 이를 감안해 “이들 3명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것은 인정되지만 민주화운동과는 연관성이 없다”며 의문사 인정을 기각 판정했던 것이다.

대통령 소속의 국가기관인 의문사위가 과거 독재정권이 밉다고 해서 대한민국 체제를 부인 또는 전복하려던 세력을 미화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은 잘못이자 월권이다. 비전향 장기수들의 투쟁 목표는 민주화운동 관련법이 규정한 민주헌정질서 확립이 아니라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이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라면 빨치산과 간첩에 대해서도 합법적 재판과 인도적 대우를 해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을 ‘민주 인사’로 인정해 주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호(國號) 아래 사는 한,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 간첩과 빨치산은 화해와 용서의 대상일망정 민주화 인사로 대접할 수는 없다. 관련법에 따라 위원회의 결정을 보고받게 될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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