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나주 복암리 고분은 보물창고

  • 입력 2004년 6월 20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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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암리 고분은 고대문화의 타임캡슐.’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404호) 일대에서 15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마한과 백제문화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이 잇따라 발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일 벗는 고대 문화=전남문화재연구원은 최근 복암리 고분군으로부터 남동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서 지석묘 3기, 주거지 21기, 건물지 1기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청동기 시대에 축조된 지석묘에서는 두개골로 보이는 유골 파편 10여개가 발굴됐다. 지석묘에서 인골이 확인된 경우는 호남지역에서 처음이다.

주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길이 950cm, 너비 940cm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흙으로 빚은 기와 모양의 배수관 4점이 발견됐으며 주거지에서는 드물게 새 모양의 조형토기와 화분모양의 발형토기가 출토돼 고대인의 생활상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고분은 ‘보물창고’=복암리 고분 유물이 처음 햇빛을 본 것은 1998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전남대가 고분 4기 가운데 길이 43m, 높이 6m인 3호분을 발굴한 결과 물고기 장식이 달린 금동신발을 비롯해 은제관식(銀製冠飾·은으로 만든 모자 장식), 큰 칼, 금귀고리 등 무려 799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당시 발굴조사에서 옹관, 목관, 수혈식석곽(竪穴式石槨墓·땅을 파서 석곽을 묻는 방식) 등 마한시대인 3세기 중반부터 백제시대인 7세기 전반까지 400여년동안 사용된 7종의 묘제를 확인한 점도 큰 성과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신(新) 왕조(AD 8∼24년) 때 주로 주조돼 유통된 동전인 화천(貨泉) 2점이 출토돼 돼 마한 초기 때 한반도와 중국 대륙간 문물교류가 활발했음을 입증하는 획기적 발굴로 평가받고 있다.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나주시는 복암리 고분군이 이처럼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자 사업비 108억원을 투입해 2009년까지 전시관을 건립하는 등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시는 전시관에 4기의 고분을 절반으로 축소한 모형 고분을 비롯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1000여점과 3호분 축조과정, 묘제의 변천사 등을 보여주고 관람객들이 토기 등을 제작하는 체험공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경칠(金京七) 전남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은 “복암리 고분은 영산강 고대문화 연구의 표본으로 고대 묘제 변천 과정과 마한과 백제와 관계 등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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