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폐기 논란… 행정이 첨단과학 발목잡나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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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가 질병치료제 개발용 초파리가 감염성폐기물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처음으로 내려 관련 업계와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유성구는 제넥셀㈜이 초파리를 일반폐기물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며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3월 중순 검찰에 고발했다.

유성구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은 의학 수의학 등을 연구하거나 관련 제품을 제조 발명하는 기관을 감염성폐기물 배출업체로 관리하고 있어 제넥셀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동안 질병치료제 개발용 초파리는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왔다.

제넥셀측은 시행령의 상위 규정인 폐기물관리법은 감염성폐기물을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나 초파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입장.

이 업체 김재섭 대표(한국과학기술원·KAIST·생명과학과 교수)는 “쥐나 개와는 달리 초파리는 인간과 분류학상 크게 달라 병원균이 서로 감염되지 않는다”며 “단지 우려만으로 감염성폐기물로 분류한다면 30여개 국내 관련 대학과 연구소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가 초파리를 감염성폐기물로 처리하려면 비용이 지금보다 연간 4배 많은 1억5000여만원이 든다.

제넥셀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3명이 주축이 돼 2002년 3월 세운 바이오 벤처. 초파리 10만종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중 실험에 유용한 2만5000종을 선별 확보했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임정빈 교수는 “처리비용 때문에 관련 학계의 연구가 위축되지 않도록 논의를 거쳐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파리 실험이란▼

특정 질병의 원인 유전자가 활성화된 초파리와 그 밖의 다른 유전자가 활성화된 초파리를 교배시킨 뒤 그 결과를 살펴 어떤 종류의 유전자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억제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치매와 암,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 이용된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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