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동’ 대부 장일순 선생이 가신지 10년…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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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무위당 장일순의 1988년 모습.-사진제공 도솔
한국 생명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무위당 장일순의 1988년 모습.-사진제공 도솔
“내 이름으로 가급적 아무 것도 하지 말라.”

한국 생명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무위당 장일순(无爲堂 張壹淳·1928∼1994) 선생이 남긴 유언이다.

그를 스승으로 모신 시인 김지하씨, 그를 단 한 번 보고 홀딱 반했다는 격월간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 교수(영남대), 그를 이 시대의 진정한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 꼽았던 판화가 이철수씨, 그를 부모 없는 집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고 했던 이현주 목사….

이토록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이들이 그의 뜻을 ‘어기고’ 10주기를 맞아 두 권의 책을 펴냈다. 무위당의 다른 호인 좁쌀 한 알(一粟子·일속자)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게 살려고 노력했던 일화와 그의 글씨, 그림 등을 모은 ‘좁쌀 한 알’(도솔), 그에 관한 추모글과 그와의 대담을 모은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녹색평론사)가 그것이다.

무위당은 1960년대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 신용협동조합의 설립을 도왔고, 70년대에는 지학순 주교와 손잡고 강원 원주시를 중심으로 군사독재정권에 맞섰다. 80년대에는 생활운동을 통한 사회운동을 이끌었고, 80년대 말∼90년대에는 천지만물을 한 생명으로 보는 생명의 세계관으로 ‘한살림 운동’을 펼쳤다.

“무위당은 내면적으로 자유와 행복을 누린 분이다. … 그런 자유와 행복을 가능하게 한 ‘공경의 정신’은 본질적으로 ‘근원적인 겸손’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김종철 교수)

무위당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10주기인 22일에 맞춰 그의 고향 원주시에 모여 기념문화제를 개최한다. △기념포럼=21일 오후 2시∼22일 오전 10시, 토지문화관 △추도식 및 비석 제막식=22일 오전 11시, 소초면 묘소 △기념전시회=22일∼6월 22일, 원주시립박물관(22일 오후 2시반 개막식) △출판기념회=22일 오후 3시, 원주시립박물관 △생명평화문화제=22일 오후 5∼10시, 원주시립박물관 마당. 033-747-4579

김형찬기자 khc@donga.com


무위당 장일순의 글씨. 장일순에게 붓글씨 쓰기는 마음을 닦는 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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