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상 만들기]제1회 청소년 자원봉사 축제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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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정신지체장애시설 ‘우성원’에서 잠실고 학생들이 원생들과 함께 쇼핑백 접기에 열중하고 있다.-권주훈기자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정신지체장애시설 ‘우성원’에서 잠실고 학생들이 원생들과 함께 쇼핑백 접기에 열중하고 있다.-권주훈기자
《“형, 이렇게 하면 되는 거 맞아요?” “그래, 이젠 제법 잘 하는 걸.”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정신지체장애시설인 ‘우성원’.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잠실고’라고 새겨진 조끼를 입은 학생들과 학부모가 160여명의 원생들과 함께 한 후원업체가 제공한 쇼핑백 접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날은 서울 송파구 잠실고 학생들의 이 시설에 대한 정기 방문일(매주 화요일). 》

1학년 4반 조대현군(16)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원생 형들이 동생처럼 대해줘 분위기가 풀렸다”며 “봉사라는 느낌보다는 형들과 친구가 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봉사가 아닌 친구’라는 잠실고와 우성원의 남다른 인연이 시작된 것은 올 초. 지난해까지 경기 가평의 ‘꽃동네’를 찾았던 잠실고는 올해 들어 1, 2학년 모든 반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 번씩 우성원을 방문한다. 대상을 바꾼 것은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통해 좀 더 많은 나눔의 체험을 하자는 뜻이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원생들에게 재활프로그램과 노래를 가르치기도 하고, 일감을 나누어 받아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사실 잠실고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범한 봉사활동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참가확인 도장만 받는 봉사는 의미가 없다는 데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공감해 ‘진짜’ 자율적인 사회봉사를 해보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런 분위기는 잠실고 내 봉사동아리인 ‘한별단’과 학부모 봉사모임 ‘학부모지도봉사단’의 자발적 구성으로 이어졌다. 학생봉사활동 때마다 함께 참여하는 지도봉사단은 현재 100여명으로 늘어났고, 20여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한별단은 인근 ‘하트하트종합사회복지관’ 원생들과 1 대 1 결연을 맺고 봉사와 함께 우의를 다지고 있다.

권희정 교사(45)는 “7차 교육과정에 규정된 의무봉사 시간은 1년에 20시간으로 처음엔 대충 시간만 채우려는 학생도 있었지만 지금은 1년에 50∼60시간씩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우성원에도 정을 붙여 자기들끼리 계속 들르곤 한다”고 말했다.

잠실고는 이런 활동 덕분에 2002년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로부터 ‘청소년 봉사활동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제1회 한국시민자원봉사 전국초중고 봉사전국대회’에서 행정자치부장관상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잠실고는 18일 동아일보와 소니코리아가 공동주최하는 ‘청소년자원봉사축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김조영(金朝寧) 교장은 “청소년 봉사에 모티브를 줄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진작부터 있어야 했다”며 “학생들의 참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원의 김종수 원장도 “경기 탓인지 후원이 뚝 끊겨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절실한 시기”라면서 “청소년자원봉사축제는 학생과 복지시설의 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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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와 소니코리아가 주최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제1회 청소년자원봉사축제인 ‘우리 함께 더 밝은 세상 만들기’가 펼쳐진다.

이번 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은 스스로 자신의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현장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이를 통해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을 높이게 된다.

봉사활동 분야는 △수질·환경보전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 △학습·교육 △문화·체육 △지역사회 △정보·교류 △복합 활동 등. 학생뿐만 아니라 근로청소년 군인 재소자까지 포함해 9∼24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접수는 6월 20일까지 행사 인터넷 홈페이지(www.youthvolunteer.or.kr)에서 할 수 있으며, 이 중 총 50개팀을 선정해 봉사활동 비용을 후원한다. 봉사활동 기간은 7월 20일∼9월 20일. 결과를 심사해 시상도 한다.

청소년자원봉사센터 김정배 소장은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청소년들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이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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