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바다가 죽어간다…수온상승으로 ‘갯녹음’ 심각

  • 입력 2004년 4월 19일 19시 03분


코멘트
독도 주변 10∼20m 깊이 바위에 퍼진 갯녹음(백화). 독도를 둘러싼 동해의 생태계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이다.  -사진제공 영남대 해양과학연구센터
독도 주변 10∼20m 깊이 바위에 퍼진 갯녹음(백화). 독도를 둘러싼 동해의 생태계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이다. -사진제공 영남대 해양과학연구센터
독도 주변 바다 속에도 갯녹음(백화) 현상이 심각해 독도 특유의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에서 먼 독도(강원 삼척에서 239km, 경북 영덕에서 240km)에서 갯녹음이 발견된 것은 이미 동해 전역으로 갯녹음이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영남대 해양과학연구센터 김미경 박사와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 신재기 박사 등 3명이 지난해 6∼8월 독도에서 바다 속을 직접 관찰해 확인한 결과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이번 주 발간되는 한국조류학회(회장 이진환·李晋煥 상명대 교수) 봄 학술지에 실릴 예정이다.

▽독도 해저 바위는 우윳빛=갯녹음은 독도의 동도와 서도 주변 전역(해저 6∼20m)에서 관찰됐다. 모자반 등 바위에 잘 달라붙는 일부 해조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조류가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려울 정도로 갯녹음이 심했다.

조사팀은 독도 주변에서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모두 45종의 해조류를 발견했으나 이는 1999년 독도보전협회가 발견한 89종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해조류의 종류가 적은 것은 채집 시기와 장소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갯녹음에 따른 해저 사막화의 영향도 상당히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인은 수온상승 추정=청정 해역으로 알려진 독도 주변에까지 갯녹음이 빠르게 진행된 까닭은 바닷물 오염보다는 동해 전체의 수온 상승 때문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동해의 수온 변화(1968∼2002년) 연구에 따르면 동해의 표면 수온은 연평균 0.022도씩 33년 동안 0.72∼1도 올랐다.

바닷물의 온도는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온도가 1도 정도 변하면 육지에서 10도 이상 변한 것과 비슷한 영향을 준다고 해양학자들은 보고 있다.

수온 상승과 함께 97년 독도의 부두시설이 건축된 이후 어선과 경비정이 자주 드나들면서 발생한 오폐물도 갯녹음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김미경(金美京·44) 박사는 “해조류 감소는 해저생물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중요 원인이므로 갯녹음 진행 상황에 대한 정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갯녹음(백화·白化·whitening event)현상이란▼

암초지대에 석회조류(石灰藻類)가 달라붙어 바위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갯녹음이 생기면 전복 성게 등 어패류와 해조류가 살기 어렵다. 한국 연근해에서 1970년대 말 처음 발견됐으며 90년대 들어 동해안까지 확산되고 있다. 원인은 이상기온에 따른 수온상승과 육지의 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추정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