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희선/‘왕따’ 걱정 언제까지

얼마 전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엄마, 왕따가 뭐예요”라고 대뜸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학교의 그늘진 모습부터 알아버렸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머리를 스쳤다.
내년이면 내 아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치원에 다녔다고 하지만 이제까지 주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했는데 앞으로는 ‘경쟁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요즘 왕따가 심각한 문제라고 하는데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기우(杞憂)인 줄 알면서도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오래 전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쯤 일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그 여자아이는 유난히 지저분했다. 옷은 물론이고 머리도 며칠씩 감지 않아 기름기가 줄줄 흘렀다. 그의 머리카락 속의 서캐는 같은 반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엄마가 없던 그 아이는 점심시간이면 늘 우두커니 칠판을 바라보며 신 김치냄새를 풍기는 도시락을 먹곤 했다. 다른 아이들이 그와는 함께 식사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나까지 외면할까봐 용기를 내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요즘 말하는 왕따였다. 아무도 그 아이를 때리지도 놀리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 아이의 존재 가치를 철저히 무시했던 것이다. 무관심, 그것은 그 어떤 폭력보다도 무서운 행위다.

왕따 문제는 피해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부모와 학교, 정부 당국이 삼위일체가 돼 남모르게 고통받는 악순환을 멈추게 해야 한다. 아름답고 밝은 미래를 아이들에게 약속하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길 고대한다.

이희선 주부·서울 성동구 성수2가 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