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홍섭/그리운 개구리 울음소리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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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 아버지의 상사(喪事)로 저녁 늦게 고향에 다녀왔다. 밤하늘의 별빛이 도회보다 한결 선명했다. 어둠에 묻혀 있긴 했지만, 물오른 초목의 새순이 돋은 모습도 완연했다.

문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승용차를 멈추고 마을 어귀의 버스 정류장 의자에 걸터앉았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듣고 싶어서였다. 늘 이맘때였을 것이다. 고향집에서 잠자리에 들 무렵이면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던 개구리, 그것은 소음이 아니라 전원의 교향악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개구리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제는 개구리마저? 아니면 아직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릴 때가 안됐단 말인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나는 잠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이제 농촌은 엄청나게 변했다. 그저 전원이요 낭만적인 곳만은 아니다. 도시화의 물결은 농촌의 모습까지 확 바꿔놓았다. 친환경적인 농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력이 부족해 기계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됐다. 과다한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은 지력을 약화시키고 미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을 훼손한다. 설상가상으로 세계화에 따른 시장개방은 농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자연환경이 오염되면 그 결과는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희귀질환 창궐의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모두가 인간이 만든 업보다.

토양이 산성화되고 늪지가 사라지니 개구리인들 살 수 있겠는가. 지렁이 메뚜기 잠자리 나비 벌과 같은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홍섭 서울 잠실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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