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어디 없나요"…원자재값 치솟자 철강업계 '모으기운동'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22분


코멘트
《“고철(古鐵·철 스크랩)을 모읍시다.” 전국의 철강업체와 자치단체들이 때 아닌 ‘고철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국제 철강시장에서 원자재 물량이 달려 값이 치솟으면서 철강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철강업체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섰다.》

여기에 철근 부족으로 수해복구 공사를 못하는 자치단체나 일반 주민들도 조금이나마 정성을 보태기 위해 동참하고 있는 것.

고철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다른 한편에선 철물을 훔쳐가는 ‘쇠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배수로 덮개와 컨테이너를 훔쳐 가는가 하면 심지어 도로 표지판과 학교 교문까지 떼어가는 경우도 있다.

▽전국으로 번지는 고철 모으기=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열흘째 공장 안에 떨어져 있는 쇳조각 모으기 운동을 펴고 있다. 직원들은 그동안 공장 곳곳에서 쇳조각 250여t을 모았다.

이원표(李元杓)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제철소는 철광석을 원료로 철강을 생산하지만 고철 하나라도 귀중히 여긴다는 뜻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천 동국제강 직원들도 26일부터 하루 20t을 수집한다는 목표 아래 쇳조각 모으기에 들어갔고 광양제철소도 27일부터 광양시와 함께 이 운동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전기로업체인 INI스틸 포항공장의 김창기(金昌基) 총무팀장은 “당장은 공장을 가동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원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돼 직원들이 정신무장차원에서 쇳조각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와 주민들도 십시일반으로 고철 수집에 나서고 있다.

인천 남구청은 관내 고물 수집상과 함께 고철을 모아 철강업체에 주기로 했으며, 경북 포항시 새마을지도자 2000여명은 27일 고철수집운동에 나서 100t을 모으기로 했다.

이 밖에 대구 달서구청과 달성군, 경북 안동시 예천군 등 자치단체들도 3월부터 고철수집 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철근 값이 오르면서 건설현장이나 수해복구 공사현장에서 일손을 놓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도 내에서는 철근이 달려 200여곳의 수해복구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활개 치는 쇠 도둑=경북 성주경찰서는 공사현장에 설치된 컨테이너와 쇠붙이 공구를 훔친 혐의로 27일 이모씨(27)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달 초 대구 북구 팔달동 공사현장에 있던 컨테이너(시가 162만원)를 자신의 것인 양 속여 중고품 업자로 하여금 실어가도록 하는 수법으로 대구와 경북에서 수차례 걸쳐 2600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25일에는 전남 순천시 덕월동 C대학 인근 도로에서 산소용접기로 경운기 운전석 등받이를 떼어내고 또 길가의 도로표지판을 훔친 혐의로 문모씨(45·노동)가 불구속 입건됐다.

충남 천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상가의 스테인리스 출입문 6개(시가 1200만원)를 훔친 혐의로 한모씨(41)를 구속했다. 천안지역에서는 초중학교 11곳의 교문이 도난당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밖에 지난달 17일에는 전남 광양시 중동 가야산 시민체육공원에 설치된 배수로 철제 덮개 120개(시가 600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로 김모씨(38) 등 2명이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현금을 주고도 철강을 공급받기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고철값이 폭등하자 이를 틈 탄 생계형 절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