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지역 주민 집단이주…천안 양계농가 첫 '이재민' 될듯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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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 추가 발생한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종오리 농장 입구에서 아산시청 방역반 직원들이 입구를 폐쇄하고 검문을 하고 있다. 이들은 농장 안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오리의 분변과 알을 파묻었다. 아산=안철민기자
조류독감이 추가 발생한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종오리 농장 입구에서 아산시청 방역반 직원들이 입구를 폐쇄하고 검문을 하고 있다. 이들은 농장 안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오리의 분변과 알을 파묻었다. 아산=안철민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 이주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을 우려해 조류독감이 발생한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지역의 11개 양계 농가 30여명을 다른 지역으로 집단 이주시키기로 하고 주민들과 협의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지난달 26일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가의 반경 200여m 안에 11개 양계농가와 2개 양돈농가가 밀집해 있는 용정리에서는 닭 22만여 마리와 돼지 4600여 마리가 도살 처분돼 마을 인근에 매몰됐다. 양돈 농가는 양계 농가와의 접촉이 많지 않아 이주 대상에서 제외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용정리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주민들이 외부로 드나들 경우 소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다른 조류독감 발생 지역과 달리 양계 농가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해 주민 이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양계 농가의 한 주민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생활이 불편해 당분간 마을을 떠나 있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농가는 이주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는 주민들을 천안 시내 임대아파트 등으로 이주시킨 뒤 인근에서 조류독감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 2∼3개월 뒤 용정리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양계 농협이 이주비를 융자하고 천안시가 추후 이자를 보전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충남도는 5일 조류독감이 추가로 발생한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양모씨의 종오리 농장 등 2개 농가에 대해 1주일 동안 외부 출입을 금지했다. 또 조류독감 최초 발생 지점에서 반경 40km 이내인 천안 공주 아산 연기 예산 당진 등 6개 시군을 ‘조류독감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베트남 돼지 ‘조류독감’감염 …돼지-사람 유전자 구조 비슷해 인체 감염 변종 바이러스 우려

베트남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돼지에게서 발견되자 전염병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사람 사이에서 유행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사에 기록될 만큼 많은 희생자를 낸 ‘슈퍼 독감’은 조류독감과 사람독감 바이러스가 돼지나 사람의 몸 안에서 유전자를 교환해 변종 바이러스가 생겼을 때 유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보다 돼지의 몸 안에서 독감 유전자가 재조합할 가능성이 높다. 돼지 목의 상피(上皮)세포에 조류와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가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긴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바이러스는 보통 숙주의 세포 안에서 증식을 하지만 세포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면 숙주에 해를 끼치지 못한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사람의 세포 안으로 직접 침입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돼지의 세포 안에서 조류와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교환해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면 사람에게 침입하기가 쉬워진다. 돼지와 인간의 유전자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변종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유행하며 피해를 줄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일본은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즉시 돼지에 대한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돼지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침입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돼지가 조류독감에 감염됐더라도 사람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지 않으면 두 바이러스가 돼지의 몸 안에서 섞일 가능성은 적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유행할 것을 가정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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