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인문사회분야 영재 프로그램 가보니

입력 2003-12-16 16:29수정 2009-10-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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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영재교육원의 영재교육프로그램 기초과정에서 초등학교 5∼6학년생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사회주의와 기독교주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소설 ‘죄와 벌’에 나타난 도스토예프스키의 사고구조분석입니다. 우선 그가 이 소설을 썼던 1860년대 러시아로 가야겠지요. 러시아는 당시 농노제가 폐지돼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렸습니다. 수민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연기하고…누구 노파 역을 할 사람?” 》

미리 소설을 읽어왔는지 ‘농노제’ ‘실존적 상황’같은 어려운 말을 거부감 없이 듣고 있던 초등학생 20여명은 강사가 노파 역을 맡을 사람을 구하자 쭈뼛쭈볏 서로 눈치를 보았다.

수요일인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아일보 여의도사옥 동아영재교육원. 초등 5∼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프로그램 기초과정의 주제는 ‘도스토예프스키 사고구조’였다.

강사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사람들에게 해만 끼치는 병든 노파를 죽인 라스콜리니코프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물었다.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냐의 역을 맡은 학생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요일인 13일 오후 이 교육원의 중학생 대상 기초과정에서는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를 다뤘다. 7명의 학생이 17번째 강의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숙제로 ‘맨큐의 경제학’을 읽어온 학생들은 ‘판매자와 구입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재화의 거래 수량과 가격이 결정되는지를 분석한다’라는 지문에서 “미시경제학”이라고 답했다.

강사가 “경제학이란 사회가 희소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지적하자 한 학생은 “석유가 떨어졌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엉뚱하지만 기발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수학 과학 중심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 최근 사회나 철학분야에 특별한 관심과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인문사회분야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치 경제 사회 철학 문학 역사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으로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서울 개응초교 4년 전준영군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배운 뒤 물체가 떨어지는 시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의 생각을 만화로 표현했다. 전자가 ‘무거운 물체가 먼저 떨어진다’고 했지만 후자는 그것을 부정하고 ‘공기의 저항만 없다면 동시에 떨어진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강의에 대한 완전한 이해 없이는 만화로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교육원의 최원홍 소장은 “특히 이 분야의 영재교육은 학교교육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연장선상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호응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의 개발자인 안진훈 박사는 “사실상 학교에서는 사고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며 “어느 책에서 지문이 나올지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지문이 나오더라도 분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 1회 80분씩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되며 영재성 판별검사를 받은 뒤 수강할 수 있다. 02-783-2990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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