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읽어주고…말하고…함께 노는거죠"

  • 입력 2003년 12월 2일 16시 28분


코멘트
서울 양천구 목동 영어책서점 ‘잉글리쉬 플러스’에 영어를 자녀에게 직접 가르치는 엄마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경진아 강유원 유경옥 신숙영 이현주 이정은씨.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양천구 목동 영어책서점 ‘잉글리쉬 플러스’에 영어를 자녀에게 직접 가르치는 엄마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경진아 강유원 유경옥 신숙영 이현주 이정은씨.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아무리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영어학원은 보낸다는 엄마들. 아이의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고 영어공부는 끝도 없다는데 그렇다고 집에서 시키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엄마들. 이들 엄마보다 조금 나은 엄마들이 ‘영어공부 홈스쿨링 하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에서 사는 이들은 자녀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엄마들. 교재를 사러 나왔다 만난 경우도 있고 함께 집에서 자녀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참석자▼

경진아(31·목동)=만 3세 딸, 생후 1개월 딸

강유원(31·목동)=초등 1년 딸, 5세 아들

유경옥(33·고척동)=만 4세 아들 딸 쌍둥이

이현주(30·고척동)=5세 아들

신숙영(33·고척동)=6세 딸,4세 아들

이정은(31·신정동)=만 4세 딸

강=저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외국인과 대화를 했어요. 그때 비로소 영어가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아이에게는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생활로 접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큰애가 네 살 때부터 영어노래와 오디오북을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동화책 중 재미있는 것만 읽어주었어요. 다섯 살 때부터는 또래아이를 가진 엄마들 3명과 함께 그룹을 만들어 영어공부를 시켰어요. 열심히 해 준 것 같지도 않은데 여덟 살이 되니 웬만큼 짧은 글은 읽고 영어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아 만족스럽습니다.

이현=영어학원에 보내기 싫어 집에서 가르치는 것 아닌가요? 저도 아이가 영어를 문화로 느끼길 원해 엄마들과 함께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6개월 정도 지나니 슬럼프가 왔어요. 그때 다양한 교재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조용한 성격인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요. P자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라고 하니 P자가 거꾸로 땅속에 있는 것을 그리며 ‘감자(potato)’라고 해요.

유=아이들에게 생활영어를 접해주고 싶은데 혼자 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뜻이 맞는 엄마들과 만나 지난해부터 일주일에 한 번 영어를 직접 가르치고 있어요. 파닉스 스토리텔링 쓰기 워크숍 등 활동을 나눠 지도하고 있는데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는 교재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요.

경=저는 영어동아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쉽지요. 아이를 보면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많아요.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지요. 또 그룹으로 공부시키면 다른 애들에게 방해될까봐 어떤 때는 우리 아이에게 나가 있으라고도 해요.

신=처음에는 영어로 말을 시켰는데 우리말과 영어를 구별하지 않고 받아들였어요. 네 살 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는 엄마하고만 하는 말이란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하고도 영어로 얘기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엄마들과 영어공부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후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게 됐죠. 그림을 가지고 영어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영어를 해요. 둘째는 따로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는데 나서는 기질이라 내가 첫째에게 책 읽어주는 것을 옆에서 듣고 따라했어요. 그때그때 내뱉는 말이 많기 때문에 첫째보다 더 잘한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도 해요.

경=최근 외국인이 하는 공연에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어요. 저는 흘려들었는데 그 외국인이 “지원자를 찾는다”는 거였어요. 그때 아이가 영어를 알아들었다는 기쁨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그뿐이었어요. 집에 와 ‘오픈 더 도어’ 해도 가만히 있어요. 자꾸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 엄마 마음이죠.

강=준비를 많이 안 해가면 기대도 작겠지요. 저는 준비를 열심히 안 하는 편이었어요. 아이가 번잡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빠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가 “영어공부하러 가면 사탕 주는데…”하며 계속하고 싶은 눈치예요. 아이에게 영어공부의 지속성을 깨닫게 한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신=엄마가 아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아이가 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움츠러들어요. 그래서 우리 모임에서는 스토리텔링 외에는 우리말로 진행해요. 영어는 공부하는데 4분의 1 비중이나 될까요. 이 또래에게는 사고력이나 창의력도 중요하잖아요. 내 아이 학습방법이나 수준을 가장 잘 아는 엄마가 가르치기 때문에 홈스쿨링이 좋은 것이 아닌가요?

이정=아이에게 기저귀를 갈아채우면서 영어로 얘기를 해 주었어요. 영어노래 테이프와 비디오도 같이 보았어요. 영어책방에도 손잡고 다녔고요. 어려서 놀이방에 데리고 갔는데 엄마와 안 떨어지는 거예요. 엄마밖에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영어공부모임을 하면서 아이가 또래아이들도 사귀고 다른 엄마들로부터도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신=가르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논다고 생각하면 엄마들 서로가 편하잖아요. 3∼6세 때는 말하기보다 듣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유=아이들보다 엄마의 영어실력이 더 느는 것 같아요. 가르친다기보다 아이와 더불어 배우지요.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영어공부 입문 홈스쿨링 교재▼

◇테디스 트레인(범문사)

원전은 옥스퍼드대학출판사, 3세 이상의 영유아 대상, 액티비티북과 플래시카드, 비디오, 오디오테이프가 있다.

◇킨더가튼 플레이스(스콜라스틱)

5∼7세 대상, 미국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정규교과과정. 미국 유치원에서는 9개월 정도 소요되나 국내에서는 주 2, 3회, 1회 1시간30분 공부해 1년6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

◇옥스퍼드 리터러시웹(범문사)

원전은 옥스퍼드대학출판사, 4∼7세 대상, 총 4단계로 돼 있으며 국내에서 제작한 학부모 지침서가 있어 활용하기 쉽다.

◇첫발견시리즈(JY북스)

원전은 갈리마르출판사, 3세 이상, 영어와 함께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동물의 생태를 배운다. 오디오테이프와 한글 가이드북이 있다.

◇옥스포드리딩트리

원전은 옥스퍼드대학출판사, 5세 이상, 세트당 책 6권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11단계로 돼 있어 별도의 커리큘럼 없이 2, 3년간 읽기학습을 할 수 있다.

(도움말:잉글리쉬플러스 ELT개발팀 조헤레나 주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