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평가기준 모호 사교육 부추겨”공청회-간담회서 질타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20분


코멘트
“학원 전단지를 보면 강사진 구성, 수업 내용 등 그 학원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요.”

한국교육개발원과 서울시 교육청 주관으로 28일 서울 송파구 정신여고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방안 공청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이종재(李宗宰) 교육개발원장은 공교육을 매섭게 질타했다.

그는 “현행 교육체계에서는 정부 정책을 따르는 것보다는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법이 더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비 문제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가 아닌 공교육 강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등 하드웨어 개발에만 치중하지 말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별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우수 교원을 적극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평가 기준이 모호한 데다가 교과 내용과도 동떨어져 있어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교과 연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 면접 방법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강조한 나머지 학생 개개인에 대한 깊은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이상한 질문으로 학생을 오들오들 떨게 만든 뒤 이를 평가하는 것이 현재의 대학 면접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갑 경복고등학교장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오차 한국학원총연합회 부회장은 “불법과외, 현금거래 등은 규제하되 정해진 법규와 수강료 등을 준수하는 학원들을 제도적으로 육성해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도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주재로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을 위한 대학 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윤 부총리와 대학 관계자들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윤 부총리가 “열이 펄펄 끓는 감기에 걸린 환자에게 우선 열이 내리게 한 뒤 체질을 개선하는 것처럼 단기적인 대증요법과 60, 70년을 내다보는 장기처방을 고려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의 수능 중심 입시제도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데 수능 비중을 줄이면 논술, 면접 사교육이 또 성행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대증요법은 효과가 없으며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