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경북교대 유치' 말만으로 되나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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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농어촌교육에 별 관심도 없더니….”

경북도교육위원회가 최근 대구교육대학과는 별도로 경북교육대학 설립을 교육부에 건의한 뒤 경북도내 일부 지자체 의회를 중심으로 저마다 “우리 지역이 최고”라며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25일 지역 출신 국회의원을 통해 “경북교육대는 인구가 많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에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시 의회도 이에 질세라 26일 경북교대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교육과 지리적 여건을 종합할 때 안동이 가장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김천시와 칠곡군 등도 교대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예천군에서는 경북도립 경도대학을 교육대학으로 전환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구교육대학이 대구시내 초등학교만을 위한 대학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구교대 출신은 경북 근무를 꺼리고 경북도교육청은 초등교사 확보를 위해 서러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경북에 따로 교대를 세워 ‘경북은 경북대로, 대구는 대구대로 하자’는 발상이 속 시원한 기대감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북이나 경기도 등에 교육대학을 증설하는 문제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경북도교육청은 지자체들의 교대 유치전을 보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며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경북에 교대가 설립될 경우 ‘최적지’는 따로 없다. 포항 구미 안동이 경북의 대도시라서 가장 적당하다는 것은 억지다. 오히려 농어촌 교육 살리기에 지자체와 주민들이 앞장서고 있는 군위군 성주군 영덕군 청송군 등이 더 적당할 수 있다.

경북의 지자체들이 정작 고민해야 할 점은 교대 유치라는 엉성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학교 현장으로 나가서 무엇인 문제인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부터 살피고 고민하는 일이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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