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온정주의가 노사관계 악화시켰다"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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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집권세력의 '어설픈 온정주의(溫情主義)'가 현 노사관계 불안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崔榮起)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노동문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안민정책포럼과 나라발전연구회가 동아일보사의 후원으로 연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내세운 집권세력이 개별 사업장의 노사분규에 직접 개입해 정치적으로 조정하는 등 노동계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과잉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재계와 행정관료의 비판이 거세지자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이는 노동계의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발표로 이어졌고 자연히 노동계의 반발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관치경제를 시장경제로 개혁하듯이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노사관계 개입을 줄이고 노사자율과 자치의 기반을 확충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성명을 남발하며 정작 문제는 정부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일자리 창출 등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과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

숭실대 조준모(趙俊模·경제학부) 교수는 "'대립의 함정'에 빠진 노와 사에 노사 자치주의만 부르짖어서는 애증만 쌓일 뿐"이라며 "현 노사관계를 해체한 뒤 유연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방안으로 재직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활성화를 제시했다.

능력이 떨어지는 근로자가 괜찮은 직장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만 직무능력이 향상되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장으로 얼마든지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분규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

조 교수는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용접공이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그가 현대차 노조원이라서가 아니라 능력있는 용접공이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강성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1985년 대우중공업 해고자 출신인 박윤배 '창조와모색' 대표는 "노사관계가 파행을 겪는 것은 친노(親勞) 정책을 펴다 돌아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탓이지만 강성으로만 치닫는 노동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아래로부터의 과도한 권력행사'가 문제라며 집행부 임기연장 등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장중웅(張重雄) 재능교육 대표는 "우리의 노사관계는 갈등, 배제, 투쟁의 강도가 높고 신뢰, 참여, 협력은 낮은 '3고(高) 3저(低)'의 양상"이라고 진단한 뒤 "노조는 '경영을 생각하는 노동', 사용자는 '노동을 생각하는 경영'의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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