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교육금고 잡아라"…대구銀-농협 '자존심 대결'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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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금고를 잡아라.’

대구시교육청의 교육금고 유치를 놓고 향토 금융기관인 대구은행과 농협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다.

대구은행은 올해 말로 농협이 맡고 있는 교육금고의 계약기간이 끝남에 따라 최근 대구시교육청에 교육금고 지정을 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대구은행은 2년 전 교육금고 지정 금융기관인 농협측을 상대로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으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대구은행의 재도전에 대해 농협 대구지역본부는 그동안 쌓아온 업무처리 능력과 신용도등을 내세우며 수성(守城)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시교육청 교육금고=각급 학교 예산 등 교육관련 예치금으로 운용되는 대구시 교육금고의 연평균 잔고 규모는 1500억원 정도. 이 가운데 67% 수준인 1000억원은 교육금고로 지정된 농협이, 나머지는 대구은행이 각각 관리하고 있다.

지역 금융계에 따르면 각급 학교와 학생, 교직원과의 거래, 스쿨뱅킹 등을 감안하면 교육금고의 금융 파급효과는 5000억원대로 추산돼 금융기관이 ‘군침을 흘리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시도 교육청 교육금고는 임명직 교육감 시절인 1964년 당시 문교부의 지시에 의해 농협이 취급업무를 맡아왔으나 89년부터 해당 지역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이 개정돼 금융기관 간 금고유치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구은행 입장=침체된 지역경제 회생과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 차단 등을 위해 향토금융 기관이 대구의 교육금고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

대구은행측은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의 금고 업무를 비롯, 법원 공탁금과 보관금,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와 국민연금, 교통범칙금 등 각종 공공자금의 예치를 향토 금융기관이 맡아 지역기업에 재투자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다 대구은행 측은 대구시내에 거미줄 같은 점포망(377개소)이 구축돼 있어 학교 관계자, 학부모, 교사 등 고객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대구의 경우 농업인구는 1.6%에 지나지 않고 2, 3차 산업 위주이기 때문에 농업관련 금융기관인 농협이 대구의 교육금고를 계속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농협 입장=농협대구지역본부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신용평가결과 농협은 A3(등급순위 7, 투자적격), 대구은행은 Baa3(등급순위 10, 투자적격)로 3등급이 차이 나는 등 신용평가 부문에서 농협이 앞서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여기에다 지역교육발전기금 기탁과 각종 자원봉사 등으로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농협관계자는 “지난 40년간 교육금고 취급을 해오면서 쌓아 온 업무처리 능력이 탁월하고낮은 수수료 등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서비스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입장=지역 교육사업 발전기여도를 고려하고 금융기관 재무구조의 안전성, 건전성, 금고업무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교육금고를 결정한다는 방침.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용 편의성이 뛰어나고 이자수입 등 재정운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은 금융기관이 교육금고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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