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미성년자 등치는 악덕상술 판친다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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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A여고 2학년 김모양(18·달서구 본리동)은 지난달 B전문대 앞을 지나다 화장품 외판원이 “집주소만 알려주면 공짜로 화장품을 준다”고 해 받아왔으나 화장품 구입비 16만원을 내라는 지로용지가 집으로 배달돼 깜짝 놀랐다.

김양은 “부모님께 혼날까봐 숨기고 있었는데 업체 측이 ‘돈을 제 때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료와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며 전화로 협박을 해 무서워 얘기했다”며 “어떻게 공짜라고 속여 물건을 팔 수 있느냐”고 말했다.

고교 3학년인 박모군(19·대구 남구 대명동)은 9월 말 주당 2000원만 내면 시사주간지 ‘타임’을 구독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 신청했다가 뒤늦게 연간 38만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해약하려 했지만 이미 발송된 4권의 구독료를 내야 해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처럼 미성년자를 상대로 부모 동의 없이 화장품이나 어학교재, 건강기능식품 등을 편법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잇따르면서 시민단체 등에 접수되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접수된 ‘미성년자 단독계약’ 소비자 상담은 모두 1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건)보다 배 정도 증가했다.

품목별 상담은 화장품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어학교재와 자격증교재 잡지 등 36건, 건강기능식품 20건, 인터넷 및 휴대전화 유료정보 이용 17건 등의 순이었다.

이를 판매방법으로 보면 방문판매(91건), 전화(42건), 전자상거래(11건) 등이었다.

정모씨(45·자영업·대구 수성구 파동)는 “고교에 다니는 아들이 지난달 길거리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사와 해약을 요청했으나 업체 측이 ‘박스포장비 4만∼5만원을 내야 해약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해약했다”고 밝혔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부모(법정대리인)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와의 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발견 즉시 해당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 취소처리를 요구해야 한다”며 “미성년자는 이런 일이 생기면 물품을 훼손하지 말고 반드시 부모님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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