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조 강성이미지 탈피하나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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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명예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일부 은행 노조들이 구조조정을 선선히 받아들이는가 하면 은행장 등 경영진을 적극 돕겠다고 나서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은행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은행합병에 반대하여 전산실 마비까지 위협하며 극한투쟁에 나섰던 은행 노조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일부 은행 노조는 여전히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은행 노조들이 ‘강성’에서 ‘온건’으로 바뀌는 조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노사간 합의에 따라 전체 1만여명의 직원 가운데 345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이 명예퇴직 방침을 노조에 알리고 수차례 협의를 가졌는데 노조측이 과거에 비해 매우 유연한 태도로 대화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직급별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정 수준의 인력 운용으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실시되는 것.

올 상반기 은행권 최고의 실적을 올린 우리은행이 이처럼 명예퇴직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측이 인력 불균형 상황을 이해하고 경영진 방침에 따라줬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과 한미은행도 8월 노조와의 합의 아래 별다른 마찰 없이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김지성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도 은행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다”며 “대안 없이 무조건 인력을 줄이는 것은 문제지만 자발적으로 나가겠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것을 노조가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이 같은 자세는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사 협력이 조직원 전체의 고용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다음 달까지 122개 점포를 폐쇄할 예정인 국민은행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폐쇄를 검토 중인 조흥은행에서 해당 은행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경중 국민은행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실적 악화에 따라 은행 안팎에서 명예퇴직 얘기가 나오는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명예퇴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이승민 홍보부장은 “일부 은행에서 겉으로 나타나는 사례를 확대해석해 은행 노조가 바뀌고 있다고 결론지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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